건축

고령화 사회 대비 주거법과 유니버설 디자인 기술

archiclassone 2025. 4. 17. 15:00

1. 고령화 사회의 도래와 주거 환경 변화의 필요성

세계는 지금 유례없는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은 2025년이면 전체 인구의 20%65세 이상이 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되며, 이에 따른 주거 문제는 사회 전반에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고령자는 단순히 연령이 높은 인구가 아니라, 신체적·인지적 기능이 저하되기 시작하며,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환경적 제약을 경험하는 인구 집단이다. 이들은 낙상, 계단 이용 불편, 좁은 문턱, 조명 부족, 복잡한 수전 조작 등 일상에서의 사소한 설계 결함이 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고령화 사회에서는 보호의료중심의 접근을 넘어서, 일상적 주거환경 자체를 안전하고 자율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고령자 맞춤형 주거시설 개발은 물론, 일반 주택과 아파트에도 고령자 친화 설계를 의무화하거나 권장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 흐름은 단지 노인을 위한 특수시설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대를 포괄하는 유니버설 디자인과의 융합을 통해 보다 포괄적인 주거복지 실현으로 나아가고 있다.

고령화 사회 대비 주거법과 유니버설 디자인 기술
고령화 사회 대비 주거법과 유니버설 디자인 기술

 

2. 고령자 주거를 위한 법제도 변화와 정책 방향

고령화 문제의 심화에 따라 정부는 관련 법령과 정책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왔다. 대표적으로 고령자복지법,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주택법, 건축법등이 있으며, 이들은 고령자와 취약계층의 주거환경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기초가 된다. 특히 2011년부터 시행된 고령자 복지주택제도는 공공임대주택에 의료·복지 서비스가 통합된 고령자 전용 주거 모델을 도입한 것으로, 노후 단독생활의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선도적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이외에도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개정을 통해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주택에는 무장애(Barrier-Free) 설계 기준이 반영되도록 하고 있으며, 문턱 제거, 욕실 안전 손잡이, 단차 제거, 휠체어 회전 반경 확보 등 세부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 2020년 이후부터는 모든 사람을 위한 보편적 주거환경을 목표로,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한 시범 주택단지 조성도 확대되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고령자 주거 실태 조사, 맞춤형 주택 개·보수 지원, 고령친화 커뮤니티 조성 등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3. 유니버설 디자인 기술의 도입과 주거공간 적용 사례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은 장애 유무, 연령,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사용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개념이다. 이는 고령자를 위한 특수 설계가 아닌, 일상 공간에서 누구나 차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주거공간에서는 특히 고령자의 신체 특성과 행동패턴을 고려한 기술과 제품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으며, 이는 전체 주거 설계의 표준으로 점차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인 적용 사례로는 자동문 또는 저항이 적은 슬라이딩 도어, 저위치 수납장 및 콘센트, 무선 리모컨 기반 조명 시스템, 욕실의 미끄럼 방지 바닥재, 실시간 건강 모니터링이 가능한 IoT 기반 침실 등이 있다. 최근에는 센서 기반 낙상 감지 시스템, 시각적 대비를 높인 마감재, 가변형 공간 구성, 자동 개폐 창호 시스템 등의 스마트 기술과 접목된 유니버설 디자인 제품들도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특히, 고령자뿐 아니라 어린이, 임산부, 장애인, 일시적 부상자까지 포괄하는 설계는 주거환경의 전체적 품질 향상으로 이어진다.

 

4. 제도적·사회적 과제와 실질적 실현을 위한 조건

고령자 주거와 유니버설 디자인이 결합된 정책과 기술이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확산과 효과를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존재한다.

첫째, 유니버설 디자인 도입에 따른 초기 비용 증가 문제가 있다. 고령자 주택 개조나 무장애 설계는 일반 설계보다 단가가 높을 수 있으며, 이는 민간건설사의 자발적인 도입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정부의 보조금 제도 확대, 세제 감면, 공공 디자인 인증제 등의 유인책이 필요하다.

둘째,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건축사·설계자의 인식 부족과 기술 편차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대부분의 주거 설계는 여전히 청장년층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고령자 맞춤 기술을 실제 설계에 반영하는 사례는 제한적이다. 따라서 관련 교육 강화와 우수 사례 공유, 설계 매뉴얼 정비가 병행되어야 한다.

셋째, 사용자 맞춤형 설계에 대한 수요조사와 피드백 시스템도 필요하다. 고령자 개개인의 건강 상태, 생활 방식, 사회적 관계망은 모두 다르므로, 유니버설 디자인도 획일적이 아닌 유연성과 선택권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5. 미래 고령사회에 대비한 주거 환경의 방향성

앞으로의 고령사회에서는 단순히 안전한 공간을 넘어, 자립과 존엄을 보장하는 주거 환경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고령자의 기능 저하를 전제로 한 수동적 공간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회복력 있는 주거공간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스마트홈 기술과의 융합, AI 기반 건강 예측 시스템, 원격 의료 연동 시스템 등 고도화된 기술적 연계가 필요하며, 이러한 시스템이 감시가 아닌 지원으로 기능해야 한다.

정부는 고령자 친화도시, 커뮤니티 케어 정책, 지역기반 복합 주거모델을 통해 개인이 익숙한 환경에서 오래도록 살 수 있는 지역사회 기반의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 공공·민간 협력, 지역 간 격차 해소, 시민 참여형 설계 프로세스 등도 점차 확대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고령자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편리하고 존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주거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고령화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주거 패러다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