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후 위기와 실내 환경 문제 속 건축 자재의 전환 필요성
21세기 들어 기후 위기와 환경 오염 문제는 건축 산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건축물은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40%를 차지하며, 이 중 상당 부분은 자재 생산·운송·시공 과정에서 발생한다. 특히 철근콘크리트, 시멘트, 단열재, 마감재 등은 제조 시 다량의 탄소를 배출하며, 건축물의 생애주기 중 ‘건설단계 탄소’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더불어 실내 마감재에서 발생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포름알데히드 등은 실내 공기질을 악화시키고, 건강에 악영향을 미쳐 오랫동안 주거 환경 이슈로 떠올랐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Net Zero) 실현과 실내 환경 개선을 위해 친환경 마감재 사용과 저탄소 자재 개발을 법제화하거나 정책적으로 유도하는 추세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며,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 「환경친화적 산업구조로의 전환 촉진에 관한 법률」, 「실내공기질 관리법」 등을 통해 건축 자재의 친환경성과 저탄소 특성을 평가·인증하고 있다. 특히 2020년 이후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의무화 정책과 연계되면서 마감재 선택 역시 단순한 실내 디자인 요소가 아닌 환경 성능의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2. 친환경 마감재의 정의와 기술적 기준
친환경 마감재란 사람의 건강을 해치지 않으며, 자원과 에너지를 절약하고, 생산·폐기 과정에서도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자재를 의미한다. 실내에 주로 사용하는 마감재는 바닥재, 벽지, 천장재, 도장재, 접착제 등이며, 이러한 자재는 실내 공기 중 유해물질 발생의 주된 원인이 되기 때문에 그 친환경성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이에 따라 한국은 환경표지인증제도를 통해 자재의 유해물질 방출량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HB마크(Healthy Building Materials), EM마크(Environmental Mark) 등으로 시장에 유통되는 제품의 등급을 구분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이 0.3mg/L 이하인 E0 등급 이상의 자재 사용, VOCs 최소화된 수성 도료, 천연 목재 기반 마감재, 재활용 소재 활용 벽지·타일 등이 주요 대안으로 제시된다. 이러한 자재들은 단지 유해물질을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연 환기 효율을 높이거나, 실내 습도 조절 기능, 항균·항곰팡이 기능 등을 추가로 탑재하면서 다기능 친환경 자재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나무, 황토, 규조토, 마그네슘 보드 등의 천연 소재는 생분해성과 재활용 가능성이 높아 순환 경제 관점에서도 유리한 점이 많다.
3. 저탄소 건축 자재 개발과 지속가능한 소재 혁신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마감재뿐만 아니라 건축 전반에 사용되는 자재들 ‘콘크리트, 철강, 유리, 단열재 등’의 탄소 저감 기술도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저탄소 자재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거나, 자원순환 기술을 통해 재활용된 재료를 사용하는 제품을 의미한다. 특히 건축물의 LCA(Life Cycle Assessment, 전과정 환경영향평가) 방식이 제도화되면서, 자재의 환경성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수치로 평가하는 기준이 산업 전반에 도입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고로 슬래그를 활용한 저탄소 시멘트, 플라이애시 콘크리트, CO₂ 포집·저장 기술이 결합된 탄소흡수형 콘크리트, 친환경 단열재(셀룰로오스, 진공단열재), 리사이클 타일 및 보드 등이 개발되고 있다. 특히, 국토교통부는 2021년부터 ‘저탄소 건축자재 인증제도’를 도입해, 탄소배출량이 기존 대비 일정 비율 이상 감축된 제품에 대해 인증 마크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국내 건축물 에너지 평가 시스템(G-SEED, 녹색건축인증) 및 ZEB 인증에서는 이러한 저탄소 자재의 사용 여부를 주요 평가 지표로 반영하고 있다.
4. 친환경·저탄소 자재 의무화 제도의 현황과 과제
정부는 공공건축물부터 친환경·저탄소 자재의 사용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있으며, 2020년 이후 신축되는 1,000㎡ 이상 공공건축물은 녹색건축인증(G-SEED) 최소 1등급 이상을 취득해야 하며, 그 평가 항목에는 자재의 환경성과 실내 공기질 개선 요소가 포함된다. 2030년까지 모든 공공건축물의 제로에너지화(ZEB) 의무가 예정되어 있고, 그 실행 수단으로서 자재의 성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일부 지자체에서는 자체적으로 학교, 어린이집, 의료시설에 사용되는 마감재를 HB인증 제품으로 제한하거나, 사전승인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확산에는 여전히 장애 요인이 존재한다.
첫째, 친환경 자재는 일반 제품에 비해 단가가 높고, 지역에 따라 유통 인프라가 부족해 선택의 폭이 좁은 경우가 많다.
둘째, 시공자의 자재 취급 역량 부족이나, 사용 후 유지관리 지침 미비로 인해 제품의 성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셋째, 친환경성과 탄소 저감성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해, 발주처나 건축주가 이를 우선 고려하지 않는 문화도 문제다. 따라서 향후에는 제품 유통 정보 플랫폼 강화, 친환경 자재 사용 인센티브 확대, 교육 및 인증 프로그램 도입이 병행되어야 한다.
5. 지속가능한 건축을 위한 자재 정책의 방향성
친환경 마감재와 저탄소 자재의 확대는 단지 건축 재료의 교체에 그치지 않고, 건축 전반의 ‘설계·시공·운영·폐기’ 전과정에 걸친 탄소 감축 전략으로 이어져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자재의 생산지, 재료의 원산지, 이송 거리까지 고려하는 ‘전 과정 평가’ 기반의 선택이 일반화되어야 하며, 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건축 실현의 핵심이기도 하다. 또한, 데이터 기반의 자재 플랫폼과 AI 설계도구를 활용해 환경성을 수치화하고, 설계 초기부터 친환경 자재를 기본 옵션으로 포함시키는 프리디자인 전략도 정착되어야 한다.
미래 건축은 ‘탄소 저감’이라는 단일 목적을 넘어, 쾌적성, 건강성, 생태성, 심미성까지 아우르는 통합형 건축자재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 강화뿐 아니라, 제조사와 시공사, 설계자, 사용자가 모두 함께 참여하는 ‘순환형 건축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친환경 자재 사용은 선택이 아닌 시대적 의무이며, 이는 우리 사회가 기후위기 속에서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 가장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건축 전략이 될 것이다.
'건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로법과 고속도로 방음벽·터널 설계 기술 발전 (0) | 2025.04.18 |
---|---|
하천법 개정과 수변 건축물의 설계 기술 변화 (0) | 2025.04.18 |
단열 기준 강화와 패시브 하우스 건축 기술 (0) | 2025.04.18 |
실내 공기질 관리법과 환기·공조 시스템 기술 발전 (0) | 2025.04.17 |
고령화 사회 대비 주거법과 유니버설 디자인 기술 (0) | 2025.0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