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탄소중립 시대의 도래와 건축 분야의 역할 변화
지구 평균기온 상승 억제를 위한 국제적 대응이 본격화되면서 전 세계는 탄소중립(Net Zero)을 향한 장기적인 정책 수립에 돌입하였다. 특히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후, 대부분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실질적으로 0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설정하였으며, 한국 또한 2020년 ‘2050 탄소중립 선언’을 통해 국가 차원의 탈탄소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축, 교통, 에너지, 산업 등 주요 분야에 대한 구조적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건축 분야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약 30~40%를 차지하며, 이는 건축물의 시공, 운영, 해체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에너지 사용과 자재 생산으로 인해 발생한다. 특히 난방·냉방 등 건물 운영 에너지에서의 배출뿐 아니라, 콘크리트, 철강, 유리, 단열재 등 건축자재의 생산과 운송, 시공 중 발생하는 건설단계 탄소(embodied carbon)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탄소중립 사회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건축물의 에너지 절감뿐 아니라, 탄소를 직접 제거하거나 상쇄하는 기술의 도입이 절실해졌다.
2. 탄소 포집 기술의 개념과 건축 분야에서의 응용 가능성
탄소 포집(CO₂ Capture)은 공기 중 또는 특정 장소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대기 중으로 방출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기술로, 기존에는 주로 발전소, 제철소, 시멘트 공장 등 대규모 산업시설에 적용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규모 배출원과 일상 공간에서도 탄소를 직접 제거할 수 있는 분산형 탄소 포집 기술이 개발되면서, 건축 분야로의 응용 가능성도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건축에서 탄소 포집 기술이 적용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3. 탄소포집 건축 사례와 기술 실증 현황
이미 해외에서는 탄소 포집 기술을 건축물에 적용한 선도적인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스위스의 청정기술 기업 클라임웍스(Climeworks)는 상업용 DAC 시스템을 개발하여 유럽의 공항, 쇼핑몰, 연구시설 등에 적용하고 있으며,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식음료 탄산화, 온실가스 상쇄 시장, 지하 저장용으로 공급되고 있다. 아이슬란드의 Orca 플랜트는 지하 현무암층에 CO₂를 영구적으로 저장하는 실증사업을 통해 탄소영구제거(CCR)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건축자재 부문에서는 캐나다의 CarbonCure가 개발한 탄소 저장 콘크리트가 상업적으로 보급되고 있으며, 이는 기존 공법 대비 강도는 유지하면서도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탄소를 고정화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일부 건설사들이 탄소 저감형 자재 및 DAC 건축 기술에 대한 실증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일부 지자체에서는 탄소중립 시범 건축물로 DAC 모듈을 적용한 공공청사 및 연구시설을 도입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빠른 속도로 효율성과 안정성이 개선되고 있으며, 향후 친환경 인증제도나 에너지 성능 평가 기준과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과 연계하여, 에너지 절감뿐 아니라 탄소 제거량까지 정량화하여 평가하는 새로운 방식이 도입될 경우, 탄소 포집 기술의 도입은 더욱 본격화될 수 있다.
4. 제도적 과제와 기술 상용화를 위한 조건
탄소 포집 건축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제도적·기술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5. 탄소중립 건축을 위한 기술 통합의 미래
탄소 포집 기술은 이제 더 이상 산업설비 전용 기술이 아니라, 건축과 도시 공간의 신규 인프라 요소로 정착해가고 있다. 향후에는 DAC, 태양광, ESS, 스마트환기, 친환경 마감재, 수직 정원 등이 통합된 복합형 건축 시스템이 표준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단지 에너지 성능을 넘어서 이산화탄소의 순 배출량 자체를 ‘제로’ 또는 마이너스 수준으로 만드는 ‘탄소음수(Net Negative)’ 건축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진화할 것이다.
건축물은 앞으로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며 생태적 균형을 회복하는 도시 내 미세 탄소 순환소로 기능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과 제도, 사용자 인식이 함께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특히 탄소 포집 건축은 탄소중립 사회 실현을 위한 핵심 기술이자 도시 설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끄는 동력이 될 것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도시와 건축의 길 위에서, 탄소 포집 기술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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