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건축허가 디지털화와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의 확산

archiclassone 2025. 4. 19. 15:00

1. 건축행정 디지털 전환의 배경과 제도적 변화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공공 행정의 영역에서도 빠른 변화를 유도하고 있으며, 건축허가 절차 또한 디지털화를 통한 효율성과 투명성 향상을 요구받고 있다. 기존의 건축허가 시스템은 다수의 서류 제출, 오프라인 심의, 반복적인 보완요청 등으로 인한 시간 지연과 행정 비효율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특히 대형 프로젝트나 복잡한 용도 변경, 지구단위계획 연계 사업 등에서는 이해관계자 간 협의가 길어지며 개발 기간이 늘어나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는 2020년대 초부터 건축행정 시스템의 전자화를 본격 추진해왔다. 대표적으로 세움터를 중심으로 건축허가, 착공신고, 사용승인, 유지관리 이력 등 전 과정을 온라인에서 처리할 수 있는 건축행정 통합정보시스템이 구축되었고, 최근에는 이를 넘어 3차원 데이터 기반의 심의와 설계 검토가 가능한 디지털 기반 행정 인프라로의 전환이 시도되고 있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기존의 2D 도면 중심의 설계 제출을 넘어 BIM 기반 설계의 제출과 심의 체계를 정착시키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건축허가 디지털화와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의 확산
건축허가 디지털화와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의 확산

 

2. BIM 기술의 정의와 건축 설계에서의 확산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은 기존의 평면적 설계 방식과 달리, 건축물의 물리적·기능적 정보를 3차원 디지털 모델로 통합하는 기술이다. 단순한 3D 형상 모델이 아니라, 부재의 치수, 재질, 성능, 비용, 시공 일정, 유지관리 정보까지 포함하는 통합 데이터 플랫폼으로, 설계에서 시공, 유지관리까지 건축 전 생애주기를 포괄하는 정보체계로 작동한다.

BIM의 도입은 설계 정확도를 크게 높이고, 부재 간 간섭(Clash Detection)을 사전에 분석해 시공 오류를 줄이며, 변경 사항이 즉시 전체 도면과 연동되므로 설계 품질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시공 전에 공정 시뮬레이션(4D), 비용 분석(5D), 에너지 분석(6D), 유지관리 계획(7D) 등이 가능해 건축 전반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한국에서도 공공 건축물 및 대형 민간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BIM 적용이 확산되고 있으며, 일부 지자체에서는 BIM 설계 제출을 의무화하거나 시범사업 형태로 디지털 심의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3. 건축허가 시스템과 BIM의 통합 가능성

건축허가 디지털화와 BIM 기술은 상호 독립적인 흐름이 아니라, 서로의 발전을 가속화시키는 연결점에 있다. 기존의 건축허가 심의는 2차원 도면 기반으로 진행되며, 이는 오탈자 확인, 면적 산정, 건축법 위반 요소 검토 등에 있어 한계가 존재했다. 반면 BIM 모델은 자동으로 건축 관련 법규를 검토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할 수 있으며, 공간 구조, 재료, 법적 기준 등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시각화되어 있어 행정기관의 검토 정확성과 속도를 크게 향상시킨다.

예를 들어, 일조권, 건폐율, 용적률, 주차장 확보 여부, 구조물 높이 제한, 피난 동선 확보 등은 BIM 소프트웨어 상에서 사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자동 검토할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담당 공무원과 설계자 간의 협업도 보다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BIM 모델은 시민 설명회, 건축위원회 심의, 문화재 영향 평가 등에서도 3D 시뮬레이션으로 설명력과 설득력을 높일 수 있어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 조정에도 유리한 수단이 된다. 이처럼 BIM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건축허가 시스템은 단지 기술 도입을 넘어서 도시 행정의 질적 전환을 가능케 하는 매개체로 주목받고 있다.

 

4. 제도적 과제와 실무 확산의 현실적 장벽

건축허가 디지털화와 BIM의 통합은 그 가능성과 기대효과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첫째, BIM 모델의 표준화와 형식 통일 문제이다. 소프트웨어 간 호환성이 떨어지거나, 모델 정보 구조가 서로 다르면 행정 시스템과 연동이 어렵고, 검토 효율성이 떨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IFC(Industry Foundation Classes) 기반의 BIM 표준 도입과 파일 규격 통일을 추진하고 있으나, 실무 설계사무소와의 간극은 여전히 존재한다.

둘째, 중소형 설계사무소나 건축주체의 BIM 도입 부담이다. BIM 소프트웨어는 고가이며, 고도화된 모델링과 해석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전문 인력 확보가 어려운 중소업체는 접근이 쉽지 않다. 이에 따라 BIM 기술 교육, 국비 지원, 설계공모 가산점 부여, 공공건축물 우선 도입 등 정책적 유인책과 단계적 적용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행정기관의 시스템 적응력과 담당자의 기술 이해도 또한 중요하다. BIM 도면을 효과적으로 검토하려면 공무원 교육과 평가 프로토콜의 정비가 병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시범 지자체 지정과 파일럿 프로그램 운영도 확대돼야 한다.

 

5. 디지털 행정과 스마트 건축행정의 미래

디지털 전환은 단지 효율성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정보의 투명성, 참여의 확대, 정책 실행력 강화를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행정 철학이다. 건축허가 시스템이 BIM 기반으로 통합되고,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기술이 결합되면, 건축 행정은 더 이상 단계별 수동 심사가 아닌, 실시간 자동 검토와 협업이 가능한 유기적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시스템은 건축물의 인허가뿐 아니라, 시공 단계에서의 품질관리, 에너지 성능 추적, 안전관리, 유지보수 기록까지 연결되는 디지털 트윈 도시 관리 플랫폼의 기초가 된다.

장기적으로는 건축행정의 디지털화와 BIM 통합이 스마트시티 전략, 탄소중립 건축, 재해 대응 계획 등과 연결되어, 도시 전체의 계획·관리 체계를 바꾸는 핵심 축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법령 정비, 기술 기반 조성, 인력 양성, 그리고 이해당사자 간 신뢰 구축이라는 종합적 관점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디지털 건축허가와 BIM의 확산은 건축을 단순한 공간 창출 행위가 아니라, 데이터 기반의 도시 문제 해결 행위로 전환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