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탄소중립 정책과 탄소 포집(CO₂ Capture) 건축 기술

archiclassone 2025. 4. 19. 13:00

1. 탄소중립 시대의 도래와 건축 분야의 역할 변화

지구 평균기온 상승 억제를 위한 국제적 대응이 본격화되면서 전 세계는 탄소중립(Net Zero)을 향한 장기적인 정책 수립에 돌입하였다. 특히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후, 대부분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실질적으로 0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설정하였으며, 한국 또한 2020‘2050 탄소중립 선언을 통해 국가 차원의 탈탄소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축, 교통, 에너지, 산업 등 주요 분야에 대한 구조적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건축 분야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약 30~40%를 차지하며, 이는 건축물의 시공, 운영, 해체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에너지 사용과 자재 생산으로 인해 발생한다. 특히 난방·냉방 등 건물 운영 에너지에서의 배출뿐 아니라, 콘크리트, 철강, 유리, 단열재 등 건축자재의 생산과 운송, 시공 중 발생하는 건설단계 탄소(embodied carbon)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탄소중립 사회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건축물의 에너지 절감뿐 아니라, 탄소를 직접 제거하거나 상쇄하는 기술의 도입이 절실해졌다.

탄소중립 정책과 탄소 포집(CO₂ Capture) 건축 기술
탄소중립 정책과 탄소 포집(CO₂ Capture) 건축 기술

 

2. 탄소 포집 기술의 개념과 건축 분야에서의 응용 가능성

탄소 포집(COCapture)은 공기 중 또는 특정 장소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대기 중으로 방출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기술로, 기존에는 주로 발전소, 제철소, 시멘트 공장 등 대규모 산업시설에 적용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규모 배출원과 일상 공간에서도 탄소를 직접 제거할 수 있는 분산형 탄소 포집 기술이 개발되면서, 건축 분야로의 응용 가능성도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건축에서 탄소 포집 기술이 적용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건물 내 환기 시스템과 결합하여 실내외 공기에서 직접 CO를 추출하는 DAC(Direct Air Capture) 기술이다. 이 방식은 팬과 흡착소재를 통해 공기를 순환시키고, 이산화탄소를 선택적으로 흡착한 후 저장하거나 다른 물질로 전환한다.

둘째, 콘크리트 자재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여 물리적으로 고정시키는 탄산화 반응 기반의 자재 활용이다. 이 방식은 구조물의 강도 향상과 동시에 탄소의 장기 저장을 가능하게 하며, ‘탄소 흡수형 콘크리트로 불린다.

셋째, 식물 기반 시스템과 결합한 녹색 파사드(Green Facade) 또는 수직 정원은 생물학적 광합성을 통해 자연스럽게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한다. 이러한 방식은 도시의 미세먼지 저감, 열섬현상 완화, 생물다양성 확보 등의 부수 효과까지 제공하며, 건축 설계의 중요한 생태 전략으로 통합되고 있다. 특히 DAC와 같은 기술은 앞으로 인공지능 기반 자동 제어 시스템과 연계되어 에너지 소비 최소화, 실시간 모니터링, 유지관리 자동화까지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3. 탄소포집 건축 사례와 기술 실증 현황

이미 해외에서는 탄소 포집 기술을 건축물에 적용한 선도적인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스위스의 청정기술 기업 클라임웍스(Climeworks)는 상업용 DAC 시스템을 개발하여 유럽의 공항, 쇼핑몰, 연구시설 등에 적용하고 있으며,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식음료 탄산화, 온실가스 상쇄 시장, 지하 저장용으로 공급되고 있다. 아이슬란드의 Orca 플랜트는 지하 현무암층에 CO를 영구적으로 저장하는 실증사업을 통해 탄소영구제거(CCR)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건축자재 부문에서는 캐나다의 CarbonCure가 개발한 탄소 저장 콘크리트가 상업적으로 보급되고 있으며, 이는 기존 공법 대비 강도는 유지하면서도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탄소를 고정화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일부 건설사들이 탄소 저감형 자재 및 DAC 건축 기술에 대한 실증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일부 지자체에서는 탄소중립 시범 건축물로 DAC 모듈을 적용한 공공청사 및 연구시설을 도입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빠른 속도로 효율성과 안정성이 개선되고 있으며, 향후 친환경 인증제도나 에너지 성능 평가 기준과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과 연계하여, 에너지 절감뿐 아니라 탄소 제거량까지 정량화하여 평가하는 새로운 방식이 도입될 경우, 탄소 포집 기술의 도입은 더욱 본격화될 수 있다.

 

4. 제도적 과제와 기술 상용화를 위한 조건

탄소 포집 건축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제도적·기술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현재 대부분의 탄소 포집 기술은 설비비용과 유지비가 높아 민간 건축 시장에서의 자발적인 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설치 보조금, 세제 혜택, 탄소배출권 거래와의 연계 등 경제적 유인책이 필요하다.

둘째, 기술 표준화와 인증체계의 부재도 문제다. 건축물 내 DAC 시스템이나 탄소 흡수 자재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없거나, 관련 인증 항목이 충분히 제도화되어 있지 않아 설계자나 발주자가 기술 도입에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탄소 제거량 측정 기준, 설비 성능 검증 매뉴얼, 건축법상 탄소 포집 설비의 설치 기준 등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셋째, 기술이 적용되었더라도 시민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부족하면 사회적 수용성 확보에 어려움이 따른다. 탄소중립 기술이 단지 환경을 위한 고비용 투자가 아니라, 장기적 에너지 절감과 건강성, 도시 회복력 향상을 위한 투자임을 알리는 공공 교육과 캠페인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전문 인력 양성, 실증단지 확대, 기술 데이터 공유 등을 통해 생태적 건축 전환의 생태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5. 탄소중립 건축을 위한 기술 통합의 미래

탄소 포집 기술은 이제 더 이상 산업설비 전용 기술이 아니라, 건축과 도시 공간의 신규 인프라 요소로 정착해가고 있다. 향후에는 DAC, 태양광, ESS, 스마트환기, 친환경 마감재, 수직 정원 등이 통합된 복합형 건축 시스템이 표준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단지 에너지 성능을 넘어서 이산화탄소의 순 배출량 자체를 제로또는 마이너스 수준으로 만드는 탄소음수(Net Negative)’ 건축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진화할 것이다.

건축물은 앞으로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며 생태적 균형을 회복하는 도시 내 미세 탄소 순환소로 기능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과 제도, 사용자 인식이 함께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특히 탄소 포집 건축은 탄소중립 사회 실현을 위한 핵심 기술이자 도시 설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끄는 동력이 될 것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도시와 건축의 길 위에서, 탄소 포집 기술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