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해양 공간 이용 확대와 해양 건축 제도의 도입 배경
기후변화, 해수면 상승, 도시 고밀화 등의 문제로 인해 육지 기반의 도시 개발에는 한계가 드러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해양 공간의 새로운 활용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다. 특히 연안 도시의 인구 밀집과 부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항만 인근이나 내해(內海)를 중심으로 해양 공간을 건축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상 위에 인공섬, 수상 도시, 해양 관광시설, 부유식 주거 단지 등을 건설하는 **해양 건축(Marine Architecture)**이 새로운 개발 유형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간 한국에서는 해양 공간에 대한 건축물의 설치 및 관리에 대한 법적 기반이 미비했기 때문에, 관련 행위는 대부분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또는 「항만법」 등 개별법에 따라 제한적으로 규율되어 왔다. 해양 건축의 개념과 적용 범위가 법적으로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사업 진행 과정에서 행정절차의 혼선, 허가기관의 중복, 법령 해석의 불일치 등이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21년 「해양공간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일부 개정되었고, 2022년에는 국토교통부가 중심이 되어 해양 건축에 특화된 제도 도입과 기술기준 수립을 위한 작업이 본격화되었다.
2. 해양 건축법과 관련 제도의 주요 내용
해양 건축을 제도적으로 인정하기 위한 움직임은 단지 건축허가 범위를 바다로 확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양 공간의 계획적 활용, 해양환경 보호, 구조 안전성 확보, 항행 안전, 수산업·국방 등 기존 이해관계와의 조율까지 포함하는 종합적인 법·제도 정비를 목표로 한다. 이에 따라 「건축법」과 「해양공간계획법」, 「도시·건축정책 기본법」 등의 연계를 강화하고, 해양 건축물에 대해 별도의 허가기준, 구조검토, 유지관리, 재해 예방 기준 등을 포함하는 해양 건축 관련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었다.
주요 내용으로는 ▲부유식 및 고정식 해양 건축물의 정의 및 구분, ▲건축허가권자의 지정 및 협의 체계 구축, ▲해양 건축물에 대한 기술기준 마련(기초구조, 계류장치, 부식방지 등), ▲해양 환경영향평가 절차 강화, ▲수면 점용 허가와 건축 인허가의 통합 절차 등이 포함된다. 또한 해양 건축물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유지보수 계획, 파손 및 해체 기준 등도 포함되며, 향후에는 도시계획 체계와 연계한 해상도시 모델의 공간계획도 검토 중이다. 이러한 법령과 기준은 해양 공간에서도 육상 건축과 유사한 수준의 기술적·행정적 정합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제도적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다.
3. 부유식 건축 기술의 원리와 실질적 응용
해양 건축 중 특히 주목받는 기술이 바로 **부유식 건축물(Floating Architecture)**이다. 이는 수면 위에 건축물을 띄워 설치하는 방식으로, 고정식 해양 구조물과 달리 해저에 직접 기초를 구축하지 않고, 부력(Buoyancy)을 활용해 수면 위에 떠 있는 상태를 유지한다. 이 기술은 해수면 변화, 파랑, 해류 등의 외력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하며, 구조역학, 해양공학, 재료공학, 기상환경 분석 등의 융합 기술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적용 사례로는 부유식 호텔, 해상 레스토랑, 마리나 시설, 수상 주거 단지, 수상 태양광 발전소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기후변화 대응형 해상 도시 프로젝트도 세계 여러 도시에서 추진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철재 및 콘크리트 기반 플로팅 구조물, ▲파랑 저감형 계류 시스템, ▲자기 위치 조절(POS) 장치, ▲파도 에너지 흡수 기술, ▲염분 및 해수 부식 대응 소재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되고 있다. 또한 스마트 센서를 탑재해 해류, 기상, 기울기 등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안전하게 제어하는 지능형 제어 시스템도 도입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2023년부터 부산, 전남, 제주 등을 중심으로 부유식 해양 건축물 실증단지 조성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해상 모빌리티와 연계된 해양복합개발, 에너지 자립형 부유식 주거 공간, 기후 난민 수용형 해상 인프라 등의 가능성도 열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구조물의 해상 설치를 넘어 미래 도시 기능을 해상에 이식하는 공간 전략으로 진화 중이다.
4. 제도적 과제와 기술 발전의 병행 필요성
부유식 건축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사업화와 지속적인 운용을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제도적 과제가 존재한다.
첫째, 부유식 건축물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현재 일부 법률에서는 건축물로 인정하지 않거나, 선박·부유구조물 등으로 분류되어 상이한 법적 잣대가 적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양 건축물의 건축물 인정 범위, 소유권 등록 및 이전, 세금 및 관리 주체 등에 대한 세부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
둘째, 구조 안전성에 대한 기술기준의 표준화가 필요하다. 해양 환경은 파랑, 염분, 태풍 등 육상보다 훨씬 가혹하기 때문에 구조물의 내구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려면 고도화된 검토 체계가 필요하다. 따라서 부유식 구조물에 대한 설계 기준, 내하력 검토, 장기 피로 시험, 비상탈출 및 재난대응 매뉴얼 등을 포함한 종합 기준 마련이 필수적이다.
셋째, 해양 건축물의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한 환경 영향 평가 강화도 필요하다. 특히 해양 생태계와의 공존을 전제로 해야 하므로, 바다 속 생물, 어장, 해류 흐름, 수질 변화 등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 상쇄할 수 있는 기술 및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현재는 지자체나 관련 부처 간 협업 체계가 다소 미흡해, 인허가 과정에서의 행정 병목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통합 심의 절차와 원스톱 허가 체계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
5. 기후위기 시대, 부유식 건축의 미래적 가치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연안 침식, 자연재해 증가 등의 문제는 기존 도시 기반을 위협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해양 위에 새로운 도시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시도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부유식 건축 기술은 단순한 위기 대응 수단을 넘어, 해양 자원 활용, 관광 산업, 주거 문제 해결, 해양 전력 생산 등 다양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해양 태양광, 조류·파력 발전과 연계된 에너지 자립형 해상 구조물은 탄소중립 사회 실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부유식 건축 기술과 도시계획, 에너지 인프라, 스마트 IT 기술이 통합되어 해양 스마트시티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개발뿐 아니라, 관련 법제도의 정비, 금융 투자 유인책, 국제협력 강화, 해양 건축 전문 인력 양성 등의 종합 전략이 요구된다. 해양 건축은 단순히 바다 위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존 공간을 확장하고 지구 환경 위기에 대응하는 새로운 건축적 사고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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