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친환경 건축 인증제도(LEED, BREEAM)와 그에 따른 기술 변화

archiclassone 2025. 4. 20. 13:00

1. 지속가능한 건축의 필요성과 인증제도의 등장 배경

기후 위기, 자원 고갈, 생태계 파괴와 같은 환경적 위협이 심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건축물은 에너지 사용, 온실가스 배출, 자원 소비, 폐기물 발생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큰 분야로,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약 30~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건축물의 전 생애주기에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고, 인간에게 건강하고 쾌적한 실내환경을 제공하는 설계 및 시공 방식이 요구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친환경 건축 인증제도(Green Building Certification System)**이다. 이는 건축물의 환경 성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일정 기준 이상을 충족할 경우 친환경 건물로 인정하는 제도다. 대표적인 국제 인증으로는 미국의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 영국의 BREEAM(Building Research Establishment Environmental Assessment Method) 등이 있으며, 한국에서는 **녹색건축인증(G-SEED)**이 있다. 이 제도들은 친환경 설계를 장려하는 정책 도구로 기능하며, 시장에서의 브랜드 가치 제고와 입주자 만족도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친환경 건축 인증제도(LEED, BREEAM)와 그에 따른 기술 변화
친환경 건축 인증제도(LEED, BREEAM)와 그에 따른 기술 변화

 

2. LEEDBREEAM의 개념 및 평가 항목 구조

LEED1998년 미국의 U.S. Green Building Council(USGBC)에 의해 제정된 국제적 친환경 건축 인증제도로, 전 세계 180개국 이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LEED는 신규 건축물뿐만 아니라 리노베이션, 단지개발, 인테리어, 기존 건축물의 운영관리 등 다양한 범주에 따라 인증이 가능하며,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 물 절약, 자재 선택, 대지 이용, 실내 환경, 혁신적 설계 등을 총체적으로 평가한다. 총점 110점 만점 기준으로 Certified(4049), Silver(5059), Gold(60~79), Platinum(80점 이상) 등으로 등급이 나뉜다.

BREEAM1990년 영국에서 제정된 세계 최초의 친환경 건축 인증제도로, 유럽 및 중동 지역에서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BREEAM건축물의 환경 성과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평가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에너지, 건강과 복지, 운송, 자재, 폐기물, 수질, 생물다양성, 오염, 혁신 등 10개 평가 분야를 설정하고 있다. 각 분야는 상대적 중요도에 따라 가중치가 부여되며, 최종 점수에 따라 Pass, Good, Very Good, Excellent, Outstanding 5단계로 등급이 부여된다.

두 제도 모두 단순한 기술 기준 제시를 넘어, 건축주와 설계자, 시공자, 운영관리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협업을 유도하는 통합적 설계 프로세스를 요구한다. 이는 친환경 건축을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인식하고, 건축물의 전 생애주기에서 환경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전략적 접근이라 할 수 있다.

 

3. 인증제도가 유도한 건축 기술의 변화

LEEDBREEAM의 확산은 건축 설계와 시공 기술에 실질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첫째, 에너지 절감을 위한 기술이 급격히 진화했다. 고단열·고기밀 외피, 고효율 HVAC 시스템, 지열 및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 에너지모델링 기반 설계 등은 LEEDBREEAM에서 높은 가중치를 가지며, 이러한 기술은 이제 고급 건축의 기본요소가 되었다. 특히 건물 에너지 성능 시뮬레이션을 통한 설계 최적화는 초기 설계 단계에서 필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둘째, 자재 선정의 기준이 엄격해졌다.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친환경 인증을 받은 마감재, VOCs(휘발성 유기화합물) 방출이 적은 페인트 및 접착제, 재활용 자재, 지역 생산 자재 등의 사용이 요구된다. 또한 LCA(Life Cycle Assessment, 전과정 환경영향평가)를 기반으로 한 자재 분석이 설계단계에 반영되며, 건축자재의 환경성과 탄소 배출량이 데이터로 관리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셋째, 물 자원 절약과 스마트 운영 기술이 확대되었다. 절수형 수전 및 위생기구, 회수형 급수 시스템, 빗물 재활용 설비, 식생 기반 우수처리 시스템 등의 적용이 늘어났으며, 빌딩 오토메이션 시스템(BAS)을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과 운영 최적화가 강조되고 있다. 특히 실내 공기질, ·습도, 조도, 소음, 인체 감응형 제어 시스템 등이 실내환경 쾌적성 항목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건강 중심 건축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4. 제도적 과제와 지속가능한 확산을 위한 방향

LEEDBREEAM을 비롯한 친환경 건축 인증제도는 많은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인증 획득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특히 해외 인증은 번역, 현장 점검, 문서화 작업 등으로 행정적 부담이 크며, 중소 건축주에게는 장벽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형식적 인증 획득에 치우치거나 인증을 위한 인증’**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둘째, 건축물의 운영성능과 설계성능 간의 괴리 문제다. 설계 시 시뮬레이션된 에너지 성능과 실제 운영 성과가 다를 경우 인증의 실효성이 낮아질 수 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후 성과 기반 평가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 LEED에서도 최근에는 LEED O+M(Operations + Maintenance) 인증을 통해 기존 건물의 운영 성능을 평가하는 항목을 강화하고 있다.

셋째, 지역적 기후·문화적 맥락 반영의 한계도 있다. 특히 BREEAM은 유럽 중심의 기준이 강하고, LEED는 미국의 건축 및 제도 환경을 기반으로 설계된 만큼, 다른 국가에서는 현지 실정과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의 G-SEED와 같은 로컬 인증제도가 국제 기준과 상호인정(Mutual Recognition) 체계를 형성하거나, 하이브리드 인증체계를 개발하는 방향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5. 친환경 인증의 미래와 건축 패러다임의 전환

향후 친환경 건축 인증제도는 단순히 환경 성능을 증명하는 절차에서 벗어나,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핵심 도구로 기능할 것이다. 특히 건축물의 탄소배출량(Net-Zero), 자원 순환성(Circular Economy), 사용자 건강성(Wellness), 회복탄력성(Resilience) 등이 인증의 핵심 지표로 부상할 것이며, LEEDBREEAM도 이에 맞춰 지속적인 개편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AI, IoT, 빅데이터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인증 시스템은 더욱 정밀하고 실시간적인 평가 체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실시간 에너지 사용량 데이터, 사용자 행동 분석, 실내 환경 모니터링 자료 등을 자동으로 수집하여 인증 등급에 반영하는 동적(Dynamic) 인증 시스템이 도입될 수 있다. 이는 인증이 단발성 절차가 아닌, 지속가능성과 실시간 성능이 검증되는 운영 관리 도구로 전환된다는 의미다.

궁극적으로 친환경 인증제도는 설계·시공을 넘어 도시 차원의 녹색 인프라 전략, 탄소배출권 거래제, ESG 투자 평가 기준 등과도 긴밀히 연계되며, 건축이 환경을 보존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삼위일체의 산업으로 나아가는 기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