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해양 환경 보존을 고려한 부유식 건축 설계 전략

archiclassone 2025. 5. 28. 09:00

1. 해양 생태계와 건축의 공존 필요성

부유식 건축물은 해양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점유하는 구조물인 만큼, 단순한 기능성이나 효율성을 넘어 해양 생태계와의 조화, 보호, 회복력(resilience)을 필수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 해양 환경은 지구 생물 다양성의 핵심 영역으로, 산호초, 플랑크톤, 어류, 해조류 등 수많은 생물들이 상호 작용하며 해양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무분별한 해상 개발, 매립, 오염 배출 등은 해양 생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해수 질 저하 및 생태계 불균형을 초래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부유식 건축물은 환경 중립또는 환경 회복적건축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해양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는 수준을 넘어서, 해양 생물의 서식환경을 보전하거나 오히려 회복하는 방향으로 설계 개념이 전환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건축과 환경이 갈등하지 않고 상생하는 전략은 해양 생태계 보호뿐 아니라, 장기적인 구조물의 안정성, 이용자 건강성, 사회적 수용성 확보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해양 환경 보존을 고려한 부유식 건축 설계 전략
해양 환경 보존을 고려한 부유식 건축 설계 전략

 

2. 해양 친화형 기초 설계 및 위치 선정 전략

부유식 건축물의 설계 전략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요소는 구조물의 위치 선정과 계류 방식이다. 해양 생물의 주요 서식지나 산란장, 조간대, 해초 군락지 등은 반드시 피해야 하며, 해양 생물의 이동 경로와 생장 조건을 사전 조사하여 충돌을 방지해야 한다. 위치 선정에는 위성 이미지, 해저 지형도, 해류 분석, 해양 생태계 모니터링 데이터를 활용한 정량적 평가가 적용된다.

계류 방식도 생태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고정형 파일(pile)을 깊게 박는 방식은 해저 지반을 파괴할 수 있으므로, 부유체를 해수면에 고정하되 해저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지 않는 다중 탄성 계류(Multi-Elastic Mooring)’나 해저 식생을 피해가며 위치를 조정할 수 있는 가변 위치 계류(VRM: Variable Resilient Mooring)’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 부유체 하부 구조의 형상을 단순히 부력 확보용으로만 설계하지 않고, 인공 암초 역할을 겸할 수 있도록 설계하여 해양 생물의 서식지로 활용하는 전략도 유효하다. 실제로 다공성 구조로 제작된 부유체 하부는 따개비, 해초, 조개류 등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미세 생태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다.

 

3. 자가 순환형 에너지·자원 시스템의 통합

해양 환경 보존을 위해 부유식 건축물은 외부 자원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에너지와 자원을 순환하는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이는 곧 제로에너지 + 제로오염을 목표로 하는 해양 건축 전략으로 요약될 수 있다. 먼저, 전력은 태양광, 풍력, 해양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자가 생산되어야 하며,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과 자동 제어 알고리즘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식수와 생활용수는 해수 담수화 시스템을 통해 공급되며, 역삼투압(RO) 방식과 친환경 필터 기술이 통합된다. 하수와 폐기물은 생물학적 분해(바이오리액터), 에너지화(폐기물 열분해), 비재생성분의 친환경 선별 및 회수 기술 등을 통해 외부 해양에 배출되지 않도록 설계한다. 특히 수질 오염을 야기하는 질소, , 중금속 등의 방출을 막기 위해 다단계 정화 및 검출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폐기물 제로정책을 구현하기 위해 일회용 자재의 사용을 금지하고, 모든 건축 재료는 해양 생물에 무해하며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제한해야 한다. 예컨대 생분해성 고분자, 무기계 친환경 도료, 저독성 방오 코팅(Anti-fouling coating) 등은 해양 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한 핵심 기술 요소로 적용된다.

 

4. 해양 생물과의 상생 디자인 전략

부유식 건축물은 생물의 서식처를 침해하기보다는 새로운 생태 공간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대표적인 전략으로는 인공 암초 구조물의 통합 설계, 해저 투광 시스템을 통한 해조류 성장 촉진, 수중 방음 설계를 통한 해양 포유류 보호, 조류 유입을 유도하는 친환경 부재 설계 등이 있다.

예를 들어, 부유 플랫폼 하부에 생물부착이 용이한 다공성 세라믹 또는 거칠기 조절이 가능한 친환경 콘크리트를 사용하면, 해양 생물들이 자연스럽게 서식하게 되며 이는 해양 생태계 다양성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낸다. 또한, 구조물 외부에 해초나 해양 식생을 이식하거나 모듈형 해양 농장을 결합하는 것도 가능하다.

소음을 최소화하는 설계도 중요하다. 수중 소음은 고래, 돌고래 등 청각에 의존하는 해양 포유류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부유체와 동력 장비의 진동 소음을 저감하기 위한 방진 설계와 방음 벽 기술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5. 지속 가능한 해양 건축을 위한 정책적·제도적 뒷받침

부유식 건축물이 해양 환경과 조화롭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 적용을 넘어, 제도적 기반과 정책적 유인이 필요하다. 우선, 해양 공간계획(Marine Spatial Planning, MSP)을 통해 해양 이용 목적별 구역 설정과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한다. 해양 보호구역(MPA) 내 건축 제한, 생태 가치 평가 기준 설정, 건축 인허가 전 생물다양성 조사 의무화 등이 필요하다.

또한, 친환경 인증제도 도입이 필수적이다. LEED, BREEAM 등 육상 친환경 건축 인증 시스템처럼, 해양건축 전용의 부유식 환경 인증제(FEED: Floating Environmental & Ecological Design)’를 도입하여, 자재, 에너지, 생태 기여도, 오염 저감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환경영향 최소화를 위한 실증단지 조성, 친환경 건축기술 R&D 지원, 해양 생태 복원과 연계된 건축 설계 인센티브 부여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정책은 단기적으로 해양 건축 활성화를 돕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해양 환경 보존과 산업적 가치의 균형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다.

 

결론적으로, 부유식 건축은 해양 공간을 점유하는 새로운 도시 확장 전략이지만, 해양 생태계와의 공존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다. 해양 환경 보존을 고려한 설계 전략은 단순히 환경 윤리를 반영하는 차원을 넘어, 도시의 생존성과 기술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근본적 기반이다. 향후 부유식 건축이 글로벌 도시 확장의 주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적 정교화뿐만 아니라 생태 중심의 설계 철학이 반드시 내재화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