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해양 도시 시대, 모듈화의 필연성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 도시 과밀화, 해안 침식 등의 위협에 직면한 현대 도시들은 새로운 공간 전략으로 바다를 선택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모듈형 부유식 건축 시스템(Modular Floating Building System)**은 해양 도시 구현의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의 고정식 건축 방식은 해양 환경에서 유연성이 떨어지고, 기상 변화에 취약한 반면, 모듈형 시스템은 조립성, 이동성, 확장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점에서 도시 확장과 탄력적 인프라 구축의 최적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모듈형 부유식 시스템은 단순한 주거 유닛이나 선박형 구조에 머무르지 않고, 교육, 의료, 문화, 상업, 연구, 농업 등 다양한 기능의 공간을 조합 가능한 독립 구조물로 제작하고, 필요에 따라 분해·재배치하거나 새로운 지역으로 이식이 가능한 미래형 도시 플랫폼이다. 이는 도시계획의 경직성을 극복하고, 재난 대응력과 기후 회복력을 높이는 동시에, 저비용·고효율의 지속 가능한 건축 전략으로 작동한다.
2. 구조 구성과 기술적 특성
모듈형 부유식 건축은 일반적으로 ‘부유체 + 상부 구조 + 연결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각 모듈은 일정 규격의 독립 유닛(예: 10×10m, 20×20m)으로 설계되며, 크기와 용도에 따라 수평적으로 연결하거나 수직 증축이 가능하다. 구조 설계에는 다음과 같은 핵심 기술이 적용된다.
①부유체(Floating Base Structure)
• 철근 콘크리트 중공체, 고밀도 플라스틱 부재, 복합소재(FRP) 기반 부유 플랫폼 사용
• 내파성, 내식성, 부력 안전계수 확보를 위한 부력 해석 및 안정화 설계 필수
• 바닥 중앙에 선회 가능한 회전형 연결부(hinged connector)나 진자식 감쇠 시스템 적용
②모듈 상부 구조
• 철골 프레임 또는 경량 목조 프레임 기반으로, 공장 조립 후 현장 크레인 연결 방식 적용
• 외장재는 방염·방수·단열 기능을 갖춘 친환경 복합소재 사용
• 태양광 패널, 집수 시스템, 폐열 회수 장치 등 자립형 인프라 내장 설계
③모듈 연결 및 계류 시스템
• 각 모듈 간에는 진동 완화 조인트, 탈부착 가능한 하이브리드 브리지로 연결
• 해저 고정 계류 또는 반유동 계류 방식으로 플랫폼 전체를 안정적으로 유지
• 스마트 계류 시스템(IoT 기반 실시간 위치·파랑 추적)과 함께 구조 유연성 확보
이러한 시스템은 기본적인 주거 및 업무 공간 외에도, 긴급 의료소, 해상 학교, 자율 수경재배장, 실험실 등 다양한 기능 유닛으로 확장될 수 있다.
3. 조립성과 이식성: 운영 효율성과 도시 유연성의 핵심
모듈형 부유식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이동성과 재조립 가능성이다. 구조물이 파괴되거나 노후화되었을 때 철거 비용이 크게 드는 육상 건축과 달리, 해상 모듈은 손쉽게 분해 및 대체가 가능하며, 필요한 지역으로 이식하거나 재배열하여 공간 재구성이 용이하다.
조립성과 이식성의 주요 이점은 다음과 같다:
• 이동 가능성: 자연재해 또는 도시 기능 재배치 필요 시, 모듈 단위로 분리하여 안전 구역으로 이동 가능
• 기능 전환성: 기존 교육 모듈을 의료 모듈로 대체하거나, 관광 시즌에만 상업 모듈 증설 가능
• 확장성: 인구 증가나 관광객 급증 시 새로운 모듈을 추가해 단기 확장이 용이
• 재사용성: 노후 모듈은 수리 후 다른 지역으로 이식 가능, 지속 가능한 건축 실현
• 긴급 대응성: 재난 상황 시 피난소, 응급 진료소, 식량 저장고 등으로 즉시 재구성 가능
이러한 시스템은 도시 기능을 유기적으로 재편성하는 “해상 동적 도시 모델(Floating Dynamic City Model)” 구현에 핵심 역할을 하며, 특히 군도 국가, 해안 도시, 해수면 상승 취약 지역에 적합하다.
4. 실제 적용 사례 및 실증 프로젝트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Waterbuurt (Water Neighborhood)**는 1층 수상 콘크리트 모듈과 2~3층 경량 목조 상부 구조가 결합된 주거형 부유식 모듈 단지로, 전면 수상 조립 후 인근 운하로 이동 설치된 대표 사례다. 모듈화 구조를 통해 공간 배치의 유연성이 확보되었으며, 개인이 자가 설계한 모듈을 결합해 다양한 형태의 수상 주택을 구성할 수 있다.
UN-Habitat와 오세아닉스가 진행 중인 ‘Oceanix Busan’ 프로젝트는 6각형 플랫폼 모듈을 기반으로 설계되었으며, 주거, 교육, 수경농업, 수처리 등 각 기능별 모듈을 필요에 따라 조립 및 이식할 수 있는 구조다. 이 플랫폼은 해수면 상승을 고려해 자동 부력 조정 기능을 탑재하고 있으며, 1만 명 이상 수용 가능한 자급형 도시 단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싱가포르 ‘Floating Living Lab’**은 해양 R&D 클러스터와 주거·상업 기능을 병합한 모듈형 부유식 도시 실험 시설로, 태양광 자가 전력 시스템, 수상 교통 연계성, 폐기물 순환 시스템 등 통합 운영을 위한 모듈형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5. 향후 전망과 정책적 고려사항
모듈형 부유식 건축은 해양 도시 건설의 주류 방식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른 정책·제도 정비가 요구된다.
첫째, 건축법 및 도시계획법에서 부유식 모듈에 대한 건축물 지위 인정이 명확히 규정되어야 하며, 계류구역 지정, 수상 인허가 절차 간소화, 공공해양 공간 활용 기준도 정립되어야 한다.
둘째, 모듈 단위의 인프라 자산화 및 분양·임대 가능성 확보를 통해 개인이나 민간 투자자가 쉽게 진입할 수 있는 법적·재정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분리형 재산권 인정, 조립·해체 시 안전기준, 해상 세제 적용 기준 등이 필요하다.
셋째, 재난 대응, 기후 변화, 인구 구조 변화 등 미래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모듈형 건축을 도시계획의 중심축으로 포함하는 해양 스마트 시티 정책이 필요하다. 민간과 정부가 공동으로 표준모듈 개발, 실증단지 조성, 산업생태계 육성을 추진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모듈형 부유식 건축 시스템은 공간의 고정성에서 벗어난 유동적 도시 구조를 가능하게 하며, 도시 인프라의 회복력, 확장성, 이식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차세대 도시 전략이다. 기후 위기 시대, 변화에 적응하고 이동할 수 있는 도시가 생존하는 시대가 도래하며, 이러한 모듈형 구조는 해양 공간을 기반으로 한 지속 가능한 도시건축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건축'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해양 영토 내 부유식 건축 개발의 가능성과 한계 (0) | 2025.05.30 |
---|---|
부유식 건축 설계에서의 BIM 및 디지털 트윈 기술 (0) | 2025.05.30 |
부유식 농업, 수경재배 및 식량자급 프로젝트 (0) | 2025.05.30 |
탄소중립과 부유식 건축물의 지속 가능성 평가 (0) | 2025.05.29 |
부유식 건축의 경제성 평가와 투자 유치 전략 (0) | 2025.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