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한국 해양 영토 내 부유식 건축 개발의 가능성과 한계

archiclassone 2025. 5. 30. 19:00

1. 해양국가로서의 한국과 부유식 건축의 전략적 필요성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대표적인 해양국가이며, 전체 영토의 70% 이상이 해안으로부터 50km 이내에 밀집된 해안 중심 도시구조를 갖고 있다. 또한 약 3,000여 개에 달하는 도서(島嶼)200규모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보유하고 있어, 공간 자원의 확장성 측면에서 해양은 매우 높은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내륙 및 연안의 개발 가능 토지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서울·부산·인천 등 대도시권은 인구 과밀과 공간 포화 상태에 직면하고 있다. 이와 같은 조건은 도시 기능을 해양으로 분산시키는 부유식 건축 개발 필요성을 증가시키고 있다. 특히 해수면 상승, 연안 침식, 기후재난의 위협 속에서 부유식 도시 인프라는 기후 회복력 확보와 국토 공간 재구조화를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또한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기술과 ICT 인프라, 해양 플랜트 건설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기술적 기반 역시 매우 탄탄하다. 이러한 요소는 부유식 건축이 단순한 이상이 아닌 실현 가능한 국가 전략임을 시사한다.

한국 해양 영토 내 부유식 건축 개발의 가능성과 한계
한국 해양 영토 내 부유식 건축 개발의 가능성과 한계

 

2. 한국 해양 영토의 개발 가능성: 지리·기후적 측면

한국은 동해, 서해, 남해로 구분된 해역별 특성에 따라 부유식 건축의 입지 조건이 다르게 작용한다. **남해안 지역(거제, 통영, 여수 등)**은 수심이 얕고, 조류가 완만하며, 해양관광과 여객수요가 높은 지역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부유식 건축의 테스트베드로 적합하다. 실제로 거제와 통영 지역에서는 수상 리조트, 수상카페, 부유형 해양레저시설이 실험적으로 조성된 바 있다.

**서해안(인천, 군산, 태안 등)**은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해저 지형이 복잡하나,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뛰어나고, 행정·산업 기능 분산을 위한 부유식 업무 단지 및 연구시설 설치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특히 수도권 배후 항만인 인천은 부유식 물류 플랫폼 및 스마트 수상 주거 개발 가능성이 크다.

**동해안(포항, 울산, 강릉 등)**은 수심이 깊고, 조류 흐름이 빠르며, 겨울철 파랑의 영향이 강해 대규모 상업형 부유식 도시보다는 기술 실증용 파일럿 프로젝트 또는 부유형 연구기지, 군사용 전략기지로 활용 가능성이 더 높다.

이러한 지역적 조건은 지속 가능한 입지 선정과 단계별 실증 도입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기초 자료가 되며, 해양공간계획 수립 시 핵심적인 요소로 반영되어야 한다.

 

3. 정책과 제도 측면의 가능성과 구조적 한계

한국은 현재 '해양수산발전 기본법', '해양공간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국토기본법' 등을 통해 해양 공간의 이용과 보존에 대한 체계를 일부 갖추고 있다. 특히 2021년 수립된 **‘1차 해양공간기본계획’**에서는 해양관광, 해양에너지, 해양환경보호구역 등의 구획을 설정하고 있어, 부유식 건축의 입지 기반을 제도적으로 마련한 상태다.

또한 부산 해양특구, 제주 국제자유도시,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 등은 부유형 구조물의 실험적 설치를 위한 선도 지역으로 지정되었으며, UN-Habitat와 오세아닉스가 추진 중인 오세아닉스 부산프로젝트는 한국이 세계 최초로 도시 차원의 부유식 건축 실증에 나선 사례로, 향후 제도화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건축법상 건축물의 정의가 지반 위 고정형 구조물에 한정되어 있어, 수면 위 구조물은 건축물로 간주되지 않으며, 등기, 인허가, 재산권, 소방·안전 기준, 세제 적용 등 모든 법령에서 공백 상태다. 또한, 해양 공간은 국방, 어업, 항만, 선박 운항 등의 기존 이해관계자들이 밀집된 다중 충돌 지역이기 때문에, 공간 배분 갈등 해소를 위한 다부처 조정 체계가 아직 미비하다.

이러한 제도적 미비는 부유식 건축의 민간 개발, 투자 유치, 운영 관리에 심각한 장애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개발 속도를 늦추고 있다.

 

4. 경제성 및 산업적 관점의 기회와 제약

부유식 건축은 초기 자본 투입이 크고, 해양 건설·운영에 대한 전문 인력이 요구되는 고기술 복합 산업이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 1위 조선 산업, 해양플랜트 기술, 구조공학 기반의 건축설계 능력을 모두 갖춘 국가로, 기술적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장이다.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등은 이미 부유식 LNG 설비, 해상풍력 하부 구조체, 자율운항 시스템 등을 상용화한 경험이 있다.

뿐만 아니라, 해양 ICT(해양 데이터 수집, 해양 IoT), 스마트팜 기술, AI 기반 도시 관리 플랫폼 등과 결합하면 자립형 부유 도시, 해상 농업단지, 수상 병원·학교 등 융합형 수상 인프라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다.

다만 민간 자본의 본격적 참여를 위해서는 정확한 사업 수익 모델과 장기 운영 전략, 그리고 법적 자산권 인정과 금융기관의 평가 기준 마련이 병행되어야 한다. 현재는 부유식 구조물에 대한 부동산 등기 불가, 저당 설정 불가, 공시지가 산정 불가 등으로 인해 금융 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이는 산업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5. 향후 전략과 제도 개선 방향

한국 해양 영토에서 부유식 건축이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다층적 전략이 필요하다.

해양 건축물의 법제화

수면 위 구조물의 건축물로서의 인정

부유식 구조물 관리법제정 및 해양공간계획법과의 연동

부유식 건축 전용 지구단위계획 수립 기준 마련

실증단지 중심의 단계별 확산 전략

거제·여수·인천 등지에 기능별 시범 단지를 조성하고, 관광, 주거, 물류, 연구 등 목적별로 모델화

수익형 부유식 리조트 또는 스마트팜 형태로 민간 투자 유도

탄소중립형 도시 계획과 연계해 탄소 저감 기여 사업으로 제도적 유인 제공

공공-민간-국제 협력 기반 생태계 조성

해양 관련 공공기관, 건설사, 기술 스타트업, 연구기관 간 협력 네트워크 구축

국제기구(GCF, UNDP)와의 연계 및 공동펀딩 모델 확보

금융기관과 협의해 부유식 자산에 대한 담보 기준, 보험 모델 개발

 

결론적으로, 한국은 부유식 건축 개발에 있어 세계적으로 유리한 기술력과 해양 영토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정책적 의지만 확보된다면 동북아시아의 해양 도시 모델을 선도할 수 있는 국가적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법·제도 정비, 공간 갈등 조정, 투자 구조 혁신이라는 3대 과제를 병행해야 하며, 장기적인 시각에서 해양 도시권 시대로의 전환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