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특별건축구역 내 도시농업, 스마트시티 접목 가능성

archiclassone 2025. 6. 19. 16:00

1. 도시공간의 다기능화와 새로운 건축 요구

21세기 도시계획의 핵심은 ‘다기능 공간’의 실현이다. 과거 도시공간이 주거, 상업, 산업 등으로 명확하게 구분되어 구성되었다면, 오늘날의 도시는 하나의 공간 안에 다양한 기능이 공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특별건축구역이 있다. 특별건축구역은 「건축법」에 따라 특정 지역의 창의적인 건축계획을 가능하게 하면서, 동시에 건폐율·용적률·일조권·주차장 확보 기준 등 기존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제도적 유연성은 고밀·복합적 도시환경에 적합한 실험적 공간 기획을 가능하게 하며, 결과적으로 도시농업과 스마트시티 기술을 통합하는 데 매우 적절한 플랫폼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별건축구역이 일반적 건축기준을 초월해 새로운 도시 패러다임을 실현하는 실험장이라면, 도시농업과 스마트시티는 그 안에서 실현 가능한 콘텐츠라 할 수 있다. 즉, 지속가능성과 기술 혁신을 공간 설계에 직접 결합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특별건축구역을 통해 열리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건축의 물리적 형식을 넘어, 도시의 작동 방식 자체를 전환하는 거대한 흐름이며, 기후위기와 자원 고갈, 인구 고령화 등 복합적 도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 접근이다.

특별건축구역 내 도시농업, 스마트시티 접목 가능성
특별건축구역 내 도시농업, 스마트시티 접목 가능성

 

2. 도시농업의 건축 통합 가능성과 제도적 실현 방식

도시농업은 더 이상 농촌의 전유물이 아니다. 최근 기후위기 대응, 식량 안보, 공동체 회복, 치유 공간 조성 등의 측면에서 도시농업은 도시 내 중요한 기능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도시계획과 건축 설계에서도 이를 반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옥상텃밭, 벽면녹화, 커뮤니티 가든, 수직농장 등 다양한 형태의 도시농업이 도입되고 있지만, 법적 기준이나 공간 제약으로 인해 실현 가능성이 제한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바로 특별건축구역이다.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되면,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주차장 확보 기준이나 용적률 상한, 높이제한 등의 규제를 유연하게 해석할 수 있어, 그 공간에 도시농업 기능을 추가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옥상에 설치되는 텃밭 시설이나 수직형 농업 모듈은 법적으로 연면적에 포함되지 않는 보조시설로 간주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용적률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다. 또한, 일반적으로는 설치가 불가능한 공용공간 내의 온실, 커뮤니티 가든 등도 공공성 확보를 조건으로 허용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 성수동, 성북구 정릉동 등지에서는 이러한 개념을 일부 실험적으로 적용한 사례가 있다. 리모델링을 통한 특별건축구역 지정 이후 옥상에 조경과 식재 공간을 구성하고,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마을텃밭을 조성함으로써 공동체성과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한 것이다. 이는 단지 미관 개선을 넘어, 건축물 내 녹색 인프라와 식량 생산을 통합한 **‘녹색 생산 공간’**을 구현한 실천적 모델이라 할 수 있다.

 

3. 스마트시티 기술과의 융합 가능성

스마트시티는 도시의 인프라, 교통, 에너지, 보안, 환경, 커뮤니케이션 등을 정보통신기술(ICT)로 통합하여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미래도시 모델이다. 이러한 스마트시티 개념은 건축물 단위에서 구현될 경우, ‘스마트빌딩’ 또는 ‘스마트블록’이라는 형태로 구체화된다. 특별건축구역은 다양한 기능의 통합 설계와 실험적 기술 도입이 허용되는 공간이기에, 스마트시티 기술의 실질적 접목이 가능한 장소로 평가된다.

예를 들어, 특별건축구역 내 공동주택 단지에 에너지관리시스템(BEMS), 스마트 조명, 디지털 트윈 기반 설계, IoT 환경 센서, 무인배송 시스템, 자율주행차 대응 인프라 등을 설치할 수 있다. 이는 일반적인 건축 규제 환경에서는 실현이 어렵거나 경제성이 떨어지지만, 특별건축구역에서는 계획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진다. 또한 스마트팜 시스템, 자동 관수장치, 실시간 생육정보 분석 플랫폼 등을 도시농업과 연계하여 구성한다면, 기술 기반의 생산-소비-공유 생태계를 도시 내에서 실현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도시농업과 스마트시티 기술의 결합은 교육·문화·복지 등 다방면에서 융합적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 예컨대, 어린이집과 연계된 스마트 텃밭 교육, 지역 노인 커뮤니티와 연계된 치유농업, 온라인 기반의 도시농업 커뮤니티 플랫폼 등은 공동체 중심의 스마트 서비스로 발전할 수 있다. 이처럼 특별건축구역은 스마트 기술의 테스트베드이자, 시민 삶의 방식을 혁신하는 실험장으로 진화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4. 미래 도시 설계 관점에서의 전략적 과제

특별건축구역 내에서 도시농업과 스마트시티 기술을 통합적으로 접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략적 전제가 요구된다.

첫째, 공공성과 기술 혁신 간의 균형이다. 아무리 첨단 기술이 적용되더라도 그 결과물이 주민의 삶에 실질적 편익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이는 실험에 그칠 뿐이다. 반대로, 지역 주민의 참여와 사용성을 고려하지 않은 도시농업은 단순한 장식에 불과하다. 따라서 설계 단계에서부터 사용자의 관점에서 공공성과 편의성, 기술 적용의 타당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통합적 사고가 필요하다.
둘째, 제도적 기반의 강화다. 현재 특별건축구역 내 도시농업 및 스마트기술 접목에 대한 명확한 지침은 부족하다. 지자체별로 편차가 크고, 일부 지자체는 도시농업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인허가 단계에서 혼선을 빚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국토교통부 및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 부처가 협력하여 도시농업+스마트시티 통합형 특별건축구역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건축가와 지자체, 주민이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정성을 제공해야 한다.
셋째, 사후관리와 지속가능한 운영 모델이 중요하다. 기술과 농업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지관리와 운영 주체의 참여가 핵심이 되는데, 이를 간과하면 첫 설계 당시의 이상적 구조는 곧 폐쇄되고 만다. 따라서 지역 주민과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 다양한 주체가 공간의 유지관리에 참여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운영 생태계를 함께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별건축구역은 규제를 넘어서 도시의 미래를 실험하는 제도적 도구다. 이 안에서 도시농업과 스마트시티 기술을 통합하는 시도는 단순한 기능 배치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가 자연, 기술, 인간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방식의 전환을 의미한다. 창의성과 공공성, 지속가능성과 효율성을 함께 구현하는 이 새로운 도시공간은 한국 도시계획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으며, 특별건축구역은 그 출발점으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