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건축심의와 특별건축구역의 제도적 관계
건축심의는 「건축법」과 각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시행되는 절차로, 건축물의 계획, 설계, 배치, 외관 등이 법령에 적합한지, 지역 특성에 부합하는지 등을 사전에 검토하고 조정하는 과정이다. 특히 대규모 개발사업이나 경관, 교통, 환경 등과 밀접한 건축물의 경우 건축심의는 단순한 행정절차가 아니라 도시계획적 수준에서 도시의 질을 조율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한편, 특별건축구역은 기존의 획일화된 건축규제를 완화하여 창의적이고 공공성을 갖춘 건축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로, 해당 구역으로 지정되면 건축 관련 기준 일부를 완화 적용할 수 있다. 이때에도 심의는 반드시 필요하며, 특히 그 심의는 법정 기준을 완화하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공공성, 디자인의 질, 도시 기여도 등을 엄밀히 평가하는 절차로 강화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최근 지자체들은 건축심의와 특별건축구역 지정 심의를 통합 운영하는 사례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이는 행정 효율성을 높이고, 건축가 및 개발자에게 일관된 피드백을 제공하며, 설계 품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실무 현장에서는 여전히 이 통합심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이중 심의처럼 번복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어 제도적 보완과 사례 분석이 절실한 시점이다.
2. 서울시 통합심의 사례: 성수동 준공업지역 리모델링
서울시는 특별건축구역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지자체다. 그중에서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 준공업지역에서 추진된 리모델링 프로젝트는 건축심의와 특별건축구역 심의가 통합적으로 진행된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 지역은 오래된 공장 및 창고가 밀집한 저밀도 공간이었으나, 최근에는 복합문화시설, 공유오피스, 주거복합단지 등으로의 전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창의적 공간 활용과 공공성 확보를 전제로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신청하였고, 이에 따라 서울시 건축기획과는 특별건축심의와 통상 건축심의를 하나의 회의체에서 통합적으로 수행하였다. 심의에서는 기존의 주차장 설치 기준 완화, 사선제한 완화, 일조권 제한 일부 완화가 검토되었고, 그 대가로 1층 저층부에 공공보행통로, 마을커뮤니티 공간, 공공전시공간 등을 설치하는 설계안을 제출하였다.
서울시 심의위원회는 이에 대해 건축적 창의성, 도시경관에의 기여, 주민참여성 등 다양한 기준을 통합적으로 평가했고, 결과적으로 용적률 완화 및 높이 규제 일부 면제를 허용하였다. 이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되었고, 지역 주민과의 설명회도 병행되었다. 해당 사례는 단순히 규제 완화에 그치지 않고, 도시공간의 질적 향상을 유도한 선례로 주목받았으며, 통합심의를 통해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설계의 일관성과 설득력을 확보한 대표적 성공 사례로 남아 있다.
3. 부산시 사례: 절차 중복과 행정 혼선의 문제
반면, 부산시의 모 지구단위계획구역에서 특별건축구역 지정과 관련하여 발생한 사례는 통합심의 제도의 한계를 보여준다. 해당 사업은 복합용도 고층 개발을 전제로 하였으며, 지구단위계획과 특별건축구역을 동시에 적용하는 복합행정형 사업이었다. 그러나 부산시는 건축심의와 특별건축구역 심의를 별개로 운영하면서, 각기 다른 위원회에서 각기 다른 평가 기준을 적용했다.
문제는 동일한 설계안에 대해 한 위원회는 경관상 부정적 의견을 제시한 반면, 다른 위원회는 공공성과 창의성을 이유로 긍정적 판단을 내렸다는 데 있다. 이로 인해 사업자는 두 심의 결과 간 충돌을 해소하기 위해 설계를 반복적으로 수정해야 했고, 결국 일정 지연과 예산 증가, 입주자 모집 일정까지 차질을 빚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또한, 주민들과의 협의는 건축심의 절차와 별도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설명회의 내용이 일관성을 가지지 못했고 주민 신뢰도 역시 낮아졌다.
이 사례는 통합심의의 부재가 행정의 신속성과 사업의 일관성, 이해관계자 간 소통 모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특별건축구역의 경우 설계자와 행정기관 간의 긴밀한 협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제도 운영상의 명확한 프로세스 정립이 없을 경우 그 자체로 제도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4. 제도 개선 방향과 통합심의 운영 모델의 정립
건축심의와 특별건축구역 심의를 성공적으로 통합 운영하기 위해서는 우선 심의위원회의 구조 재정비가 필요하다. 현재 대부분의 심의는 경관·건축·도시계획 전문가들이 분리되어 평가하고 있는데, 이를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융합형 위원회 구성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동시에, 각 심의 기준을 문서화하여 이해당사자들에게 사전 제공하고, 평가의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량·정성 기준을 명확히 병행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통합심의는 단순히 두 절차를 물리적으로 병합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 초기단계에서부터 통합적으로 고려되는 프로세스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설계자, 민간사업자, 행정기관이 사전협의를 통해 기본방향을 조율하고, 중간설계 단계에서 시뮬레이션 기반의 사전검토를 시행한 후, 최종심의로 이어지는 단계별 통합 피드백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서울시나 수원시처럼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공개하고, 통합심의 운영 사례집을 축적하는 등 사례 중심의 행정 매뉴얼화 작업은 지방정부 전반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그와 함께 건축심의 결과는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며, 주민 의견수렴 과정도 행정심의와 동기화되도록 절차를 정비해야 한다.
건축심의와 특별건축구역의 통합 심의는 단순한 절차 병합이 아니라, 도시계획과 건축디자인, 공공성 확보를 동시에 실현하기 위한 복합적 의사결정 구조의 재편을 의미한다. 이를 성공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행정의 유연성과 전문성, 설계자의 창의력, 주민의 참여가 삼위일체로 작동해야 하며, 무엇보다 일관된 평가 기준과 단계적 심의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앞으로 통합심의는 도시건축의 실질적 질을 높이는 제도적 기반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며, 그 방향성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는 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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