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향후 특별건축구역 제도의 개선 방향 및 입법 과제

archiclassone 2025. 6. 20. 20:00

1. 제도의 현주소와 구조적 한계

특별건축구역 제도는 「건축법」 제60조에 근거하여 도입된 제도로, 기존의 일률적인 건축기준을 완화하고 보다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건축을 가능하게 하는 목적을 지닌다. 이 제도는 도시환경의 다양성, 공공성, 도시미관 향상 등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능하며, 일정 조건을 갖춘 경우 일반적인 건폐율, 용적률, 높이제한, 일조권, 주차기준 등을 계획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제도가 시행된 지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현재, 이 특별한 제도는 점점 더 제한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제도의 원래 목적과 현실 운영 사이에는 커다란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첫 번째 한계는 제도 운영의 행정적 보수성이다. 특별건축구역 제도는 창의적인 설계와 공공적 기여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행정기관의 보수적인 해석으로 인해 제도 적용이 극도로 제한된다. 특히 기초자치단체가 규정한 조례나 지침은 원래의 건축법보다도 더 엄격하게 해석되어, 실질적인 제도 활용이 불가능하거나 신청 이후 수년간 승인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또한, 제도의 공공성 요건 해석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주관적이어서, 설계자나 사업자가 심의 과정에서 큰 혼란을 겪는 경우도 많다.
두 번째 한계는 도입 목적과 제도 설계의 불일치이다. 특별건축구역은 도시재생, 복합개발, 친환경 건축, 수변 재개발 등 다양한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소규모 민간사업이나 공동주택 중심 개발에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이는 법령상 특별건축구역 지정에 필요한 정량적 기준(면적, 위치, 공공성 확보 방법 등)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기 때문이며, 지방자치단체의 자의적 해석과 심의위원회의 결정 편차로 인해 지역 간 형평성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

향후 특별건축구역 제도의 개선 방향 및 입법 과제
향후 특별건축구역 제도의 개선 방향 및 입법 과제

 

2. 개선을 위한 기본 방향 설정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특별건축구역 제도가 본래의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첫째, 제도의 목적 명확화 및 기능 재정의가 필요하다. 현재 특별건축구역은 그 범위와 적용 방식이 너무 포괄적이어서, 개발사업의 편의 수단으로 오용되거나, 반대로 행정의 재량권 강화 수단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제도적 정의를 보다 구체화하고, 도시혁신, 기후대응, 공공복지, 사회적 약자 배려 등의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수단으로 특화된 목적지향형 특별건축구역 유형 분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도시재생형’, ‘녹색전환형’, ‘복합용도형’ 등으로 구체화하면, 심의 기준과 설계 지침도 보다 체계적으로 마련될 수 있다.
둘째, 심의 절차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 강화가 핵심 과제다. 특별건축구역 지정은 지방건축위원회 또는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통해 심의되는데, 심의의 기준은 주관적 판단에 크게 의존하고, 매 회의마다 결과가 상이하여 사업자와 설계자의 예측이 어렵다. 따라서 심의 과정에서의 평가 기준을 수치화하거나, 사례기반 매뉴얼을 제공하고, 사전컨설팅제도를 의무화하여 초기단계에서 행정과 설계자가 방향성을 조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통해 심의에서의 계획 보류나 번복을 줄이고, 사업 기간 단축 및 행정 신뢰도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셋째, 공공성 확보에 대한 정량적 기준의 법제화가 필요하다. 현재 특별건축구역 지정 시 공공시설 제공, 보행로 확보, 주민 커뮤니티 공간 설치 등 다양한 공공기여 항목이 요구되지만, 이에 대한 기준은 자의적이거나 도시별로 상이하다. 이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을 키우고, 결과적으로 실현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일정 규모 이상 시설의 경우 공공공간 비율, 녹지율, 보행통로 길이, 무장애 설계 적용률 등 구체적인 수치를 법령 또는 시행령에 명시하여, 심의와 설계 단계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으로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

 

3. 입법 과제와 제도 통합 필요성

특별건축구역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 간 정합성 확보를 위한 입법적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특별건축구역은 「건축법」 내 제도이지만, 실제로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주거환경정비법」, 「공공주택 특별법」, 「경관법」 등 다양한 도시계획 및 개발 법령과 중첩 적용된다. 이로 인해 각 제도의 목적과 절차가 충돌하거나 중복되며, 그 과정에서 개발 일정은 지연되고 사업 추진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특별건축구역 제도를 단순히 건축기준 완화 수단이 아니라 통합형 도시계획 도구로 전환하기 위한 입법 개정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도시관리계획 수립 시 특별건축구역을 공간계획 내 하나의 유형으로 제시하고, 도시재생사업, 공공주택 사업, 재건축·재개발 사업 등과 연계 가능한 복합적 제도로 기능하도록 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토교통부가 중심이 되어 관계 부처와 협업을 통해 **‘특별건축구역 연계 도시계획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건축법 시행령」 또는 「국토계획법 시행규칙」 내에 명시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또한, 기존 법령에 포함되지 않은 새로운 도시 이슈들을 수용하기 위한 유연한 법제 운영 방식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제로 건축, 수변재생을 위한 부유식 건축, 공유경제 기반의 코리빙(co-living) 시설 등은 기존의 규제 체계로는 담기 어려운 영역이다. 이들을 제도권 내에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특별건축구역을 **제한적 실험적 구역(Living Lab)**으로 인정하고, 일정 기간 동안 규제 특례를 부여하는 ‘규제 샌드박스형 특별건축구역’을 시범적으로 도입해 볼 수 있다.

 

4.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확대와 실천 전략

제도의 실질적 운용 주체는 지방자치단체이므로, 중앙정부의 입법 정비와 더불어 지자체 차원의 자율성과 실행력이 확보되어야 한다. 현재 많은 지자체들이 특별건축구역 제도를 활용하는 데 있어 소극적이거나, 전문 인력과 시스템 부족으로 인해 활용도가 낮은 실정이다. 따라서 먼저 각 지자체에 전담 도시건축 컨트롤타워를 설치하고, 특별건축구역 지정과 심의, 실행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조직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지역 주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지역성 기반의 창의적 건축계획을 유도하기 위해 주민참여형 계획 수립 시스템도 확대되어야 한다. 이는 단지 주민 의견 수렴에 그치지 않고, 설계 단계에서부터 주민이 공간 구성에 참여하고, 운영 방안까지 함께 구상하는 방식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구조는 설계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고, 사업에 대한 지역사회의 저항을 줄이며, 결과적으로 공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진다.

지방의회의 입법활동 역시 중요하다. 특별건축구역 지정 관련 조례를 개정하거나 신설하여 지역 특성에 맞는 운영 기준을 마련하고, 공공기여항목의 지역화, 심의 절차의 간소화, 디자인 가이드라인 도입 등을 조례에 포함시킴으로써 제도의 지역 맞춤형 진화가 가능해진다. 이는 중앙정부의 표준화된 제도와 지방의 자율적 해석이 균형을 이루는 방식으로, 제도의 실효성과 운영력 모두를 향상시킬 수 있는 전략이 된다.

 

특별건축구역 제도는 도시와 건축의 창의성을 제도권 내에서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장치 중 하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운영은 지나치게 형식적이거나 보수적인 해석에 갇혀 제도의 취지가 훼손되는 경우가 많았다. 향후 이 제도가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유연한 실험 플랫폼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입법적 정비, 제도 간 통합, 행정체계 개선, 지방정부의 적극적 실행이라는 네 축이 균형 있게 작동해야 한다. 이는 단지 건축규제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한국 도시계획의 미래를 재설계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