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도의 현주소와 구조적 한계
특별건축구역 제도는 「건축법」 제60조에 근거하여 도입된 제도로, 기존의 일률적인 건축기준을 완화하고 보다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건축을 가능하게 하는 목적을 지닌다. 이 제도는 도시환경의 다양성, 공공성, 도시미관 향상 등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능하며, 일정 조건을 갖춘 경우 일반적인 건폐율, 용적률, 높이제한, 일조권, 주차기준 등을 계획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제도가 시행된 지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현재, 이 특별한 제도는 점점 더 제한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제도의 원래 목적과 현실 운영 사이에는 커다란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2. 개선을 위한 기본 방향 설정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특별건축구역 제도가 본래의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3. 입법 과제와 제도 통합 필요성
특별건축구역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 간 정합성 확보를 위한 입법적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특별건축구역은 「건축법」 내 제도이지만, 실제로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주거환경정비법」, 「공공주택 특별법」, 「경관법」 등 다양한 도시계획 및 개발 법령과 중첩 적용된다. 이로 인해 각 제도의 목적과 절차가 충돌하거나 중복되며, 그 과정에서 개발 일정은 지연되고 사업 추진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특별건축구역 제도를 단순히 건축기준 완화 수단이 아니라 통합형 도시계획 도구로 전환하기 위한 입법 개정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도시관리계획 수립 시 특별건축구역을 공간계획 내 하나의 유형으로 제시하고, 도시재생사업, 공공주택 사업, 재건축·재개발 사업 등과 연계 가능한 복합적 제도로 기능하도록 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토교통부가 중심이 되어 관계 부처와 협업을 통해 **‘특별건축구역 연계 도시계획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건축법 시행령」 또는 「국토계획법 시행규칙」 내에 명시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또한, 기존 법령에 포함되지 않은 새로운 도시 이슈들을 수용하기 위한 유연한 법제 운영 방식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제로 건축, 수변재생을 위한 부유식 건축, 공유경제 기반의 코리빙(co-living) 시설 등은 기존의 규제 체계로는 담기 어려운 영역이다. 이들을 제도권 내에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특별건축구역을 **제한적 실험적 구역(Living Lab)**으로 인정하고, 일정 기간 동안 규제 특례를 부여하는 ‘규제 샌드박스형 특별건축구역’을 시범적으로 도입해 볼 수 있다.
4.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확대와 실천 전략
제도의 실질적 운용 주체는 지방자치단체이므로, 중앙정부의 입법 정비와 더불어 지자체 차원의 자율성과 실행력이 확보되어야 한다. 현재 많은 지자체들이 특별건축구역 제도를 활용하는 데 있어 소극적이거나, 전문 인력과 시스템 부족으로 인해 활용도가 낮은 실정이다. 따라서 먼저 각 지자체에 전담 도시건축 컨트롤타워를 설치하고, 특별건축구역 지정과 심의, 실행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조직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지역 주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지역성 기반의 창의적 건축계획을 유도하기 위해 주민참여형 계획 수립 시스템도 확대되어야 한다. 이는 단지 주민 의견 수렴에 그치지 않고, 설계 단계에서부터 주민이 공간 구성에 참여하고, 운영 방안까지 함께 구상하는 방식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구조는 설계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고, 사업에 대한 지역사회의 저항을 줄이며, 결과적으로 공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진다.
지방의회의 입법활동 역시 중요하다. 특별건축구역 지정 관련 조례를 개정하거나 신설하여 지역 특성에 맞는 운영 기준을 마련하고, 공공기여항목의 지역화, 심의 절차의 간소화, 디자인 가이드라인 도입 등을 조례에 포함시킴으로써 제도의 지역 맞춤형 진화가 가능해진다. 이는 중앙정부의 표준화된 제도와 지방의 자율적 해석이 균형을 이루는 방식으로, 제도의 실효성과 운영력 모두를 향상시킬 수 있는 전략이 된다.
특별건축구역 제도는 도시와 건축의 창의성을 제도권 내에서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장치 중 하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운영은 지나치게 형식적이거나 보수적인 해석에 갇혀 제도의 취지가 훼손되는 경우가 많았다. 향후 이 제도가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유연한 실험 플랫폼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입법적 정비, 제도 간 통합, 행정체계 개선, 지방정부의 적극적 실행이라는 네 축이 균형 있게 작동해야 한다. 이는 단지 건축규제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한국 도시계획의 미래를 재설계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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