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도시재생과 특별건축구역의 연계 효과

archiclassone 2025. 6. 16. 20:00

1. 도시재생의 개념과 정책 배경

도시재생은 물리적으로 노후화되고 기능적으로 쇠퇴한 도시 공간을 단순히 철거·재건축하는 방식이 아닌, 지역 공동체의 회복, 경제활성화, 환경개선, 문화 창출 등을 통합적으로 추진하는 정책 개념이다.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도시재생특별법)을 기반으로 2013년부터 본격 추진된 한국의 도시재생은 과거의 공급 중심 개발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맞춤형·주민 참여형·지속가능형 개발 모델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재생사업은 제도적으로 각종 건축기준과 도시계획 규제에 종속되기 쉬운 구조를 지닌다. 예를 들어, 저층 노후 주거지나 전통시장, 골목길 중심의 중심시가지 재생지역에서는 건축물 높이, 일조권 확보, 주차장 설치 등의 규정으로 인해 창의적인 공간 재생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좁은 대지와 불규칙한 가로망을 가진 지역에서는 건폐율이나 건축선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아, 설계자의 창의적 아이디어 구현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이처럼 도시재생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제도적 틀, 즉 건축규제의 완화와 대안 설계 방식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도시재생과 특별건축구역의 연계 효과
도시재생과 특별건축구역의 연계 효과

 

2. 특별건축구역의 도입과 도시재생과의 접점

이러한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특별건축구역 제도의 도입과 도시재생사업과의 연계 운영이다. 특별건축구역은 「건축법」 제60조에 따라 지정되며, 용적률·건폐율·일조권·사선제한·건축선·주차장 기준 등 일반적인 건축 규제를 해당 지역의 특성에 따라 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제도는 특히 도시재생지역에서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건축을 가능하게 하며, 재생사업의 실행력을 높이는 제도적 기반을 제공한다.

도시재생과 특별건축구역이 연계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도시재생 활성화 지역 중 건축 행위가 핵심적 수단이 되는 경우, 해당 지역을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하여 도시재생과 건축정책의 통합 관리를 유도한다.
둘째,재생사업 추진 과정에서 제약이 되는 건축기준을 설계자 주도로 완화하고자 할 때, 지자체가 특별건축지침을 수립하고 심의를 통해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셋째,도시재생의 공공성과 지역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특별건축구역을 주민 주도의 공간 실험실로 활용함으로써, 공간에 대한 주인의식과 창의성을 고양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3. 정책적 시너지 효과와 사회적 파급력

첫째,도시재생과 특별건축구역의 연계는 단순한 규제 완화를 넘어 정책적 시너지를 창출하는 구조로 발전하고 있다. 우선 물리적 환경 개선 측면에서, 특별건축구역은 설계자에게 창의성과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재생사업이 획일적인 리모델링이나 기능 개선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고유의 경관과 이야기를 담은 ‘특화된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기반이 된다.
둘째,지역 주민 참여와 공동체 회복이라는 도시재생의 핵심 목표를 실현하는 데 있어서도 특별건축구역은 유용한 도구가 된다. 예를 들어, 주민 협의체가 제안한 커뮤니티 시설, 마을 카페, 공공 문화공간 등이 일반 기준으로는 인허가가 불가능한 경우라도, 특별건축지침 하에서는 예외적 설계가 가능하므로 지역 고유의 수요를 법제도 안에서 실현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도시공간의 민주적 운영과 자발적 유지관리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셋째,환경적 지속가능성과 디자인 실험성의 접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도시재생지역에서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순환자원 활용 재생 건축, 공공예술 연계형 건축 등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같은 실험은 기존 법제도 하에서는 구조상 불가능하거나 비효율적이었지만,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되면 이론과 실천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 작용한다. 이처럼 두 제도의 접점은 도시의 물리적 재구조화뿐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환경적 변화를 유도하는 복합적 혁신 플랫폼의 역할을 한다.

 

4. 실제 사례를 통한 연계 효과 검증

도시재생과 특별건축구역이 성공적으로 연계된 대표적 사례는 서울 마포구의 연남동 경의선 책거리 프로젝트다. 해당 지역은 철도 폐선부지를 활용한 도시재생이 중심이었으며, 좁은 도로폭과 불규칙한 대지, 상업과 주거의 혼합 구조로 인해 일반 건축기준 적용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서울시는 해당 구역을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하고, 용적률과 주차장 기준, 건축선 등을 탄력적으로 조정하였다. 그 결과, 지역 기반 서점, 문화창작소, 야외 북카페 등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이 탄생하며, 도시재생의 본래 목적과도 일치하는 공간들이 조성되었다.

또 다른 예로는 부산 감천문화마을이 있다. 감천동은 산복도로라는 지리적 특성상 경사, 좁은 필지, 접근성 문제로 인해 일반 건축기준이 적용되기 어려운 지역이었다.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통해 사선 제한과 건폐율 기준이 조정되었고, 소형 가구, 창작 거점, 벽화거리 등이 조성되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이자 공동체 기반 문화공간으로 변모했다. 이처럼 특별건축구역 제도는 도시재생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촉매제로서 기능하고 있다.

 

5. 향후 과제와 정책적 제언

도시재생과 특별건축구역의 연계는 분명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주고 있으나, 그 제도적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과제도 존재한다.

첫째,도시재생 사업 내 특별건축구역 도입 여부가 지자체 재량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이를 전국적 표준 프로세스화할 필요가 있다. 국토교통부 차원에서 연계 매뉴얼을 제공하고, 모범 사례를 공유하는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한다.
둘째,특별건축지침의 수립과 적용에 있어 전문가 주도성과 주민 참여의 균형이 중요하다. 현재는 설계 전문가의 기술적 제안이 중심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역 주민이 직접 설계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구조가 정착되어야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 도시재생이 가능해진다.
셋째,제도 남용 방지와 효과 검증 체계도 필요하다. 규제 완화를 위한 목적이 사업의 경제성 확보에만 치중된다면 도시재생의 공공성은 퇴색될 수 있다. 따라서 일정 기간 내 사후 평가, 주민 만족도 조사, 공공공간 활성화 지표 분석 등을 통해 특별건축구역의 실질 효과를 진단하고, 필요 시 제도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결론적으로, 특별건축구역은 도시재생이라는 거시적 도시정책과 창의적인 건축실천을 연결하는 정책적 브리지(Bridge) 역할을 수행한다. 두 제도의 전략적 연계는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다양성을 확장시키는 핵심 수단으로서, 향후 보다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제도 설계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