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국외 유사 제도 비교 : 일본의 도시계획특별지구와의 비교

archiclassone 2025. 6. 18. 16:00

1. 제도의 도입 배경과 정책적 목적 비교

한국의 특별건축구역 제도는 2008년 「건축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제도로, 기존의 경직된 건축기준을 지역의 특성과 창의적 설계 목표에 맞게 조정하기 위한 유연한 제도적 장치이다. 주된 목적은 도시의 경관 향상, 공공성 증진, 창의적 건축 활성화이며, 용적률, 건폐율, 일조권 확보, 주차장 설치 기준 등 법정 규제를 일부 완화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 이는 특히 도시재생, 공동주택 개발, 복합용도 개발 등에서 공간의 질을 높이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에 대응되는 일본의 유사 제도는 「도시계획법」에 규정된 도시계획특별지구(都市計画特別地区, Special Urban Districts) 제도이다. 이 제도는 1969년 도입 이후 점진적으로 발전했으며, 특정 지역에 대해 일반적인 용도지구, 용적률, 높이 제한 등을 초월한 맞춤형 도시계획 및 건축기준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제도이다. 일본의 제도는 도시계획 전반을 포괄하며, 건축계획은 물론 교통체계, 공공시설, 환경 관리까지 포함하는 종합계획 단위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한국의 특별건축구역보다 계획의 범위와 깊이가 더 넓고 통합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국외 유사 제도 비교 : 일본의 도시계획특별지구와의 비교
국외 유사 제도 비교 : 일본의 도시계획특별지구와의 비교

 

2. 운영 방식과 계획 수립 절차의 차이

한국의 특별건축구역은 지자체장이 주도하여 지정하고, 지방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지정 후에는 해당 지역에 적용할 특별건축지침을 마련하게 되며, 이는 설계 가이드라인, 완화 가능한 건축기준, 공공성 확보 방안 등을 포함한다. 그러나 이 제도는 건축법을 중심으로 한 단일 법령 기반이기 때문에 도시계획과의 유기적인 연계는 일부 지자체에서만 적극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일본의 도시계획특별지구는 시정촌(기초지자체)이 도시계획결정권을 갖되, 해당 구역의 개발계획은 국토교통성과의 협의와 지역 주민 의견 수렴을 전제로 진행된다. 지구지정 전에는 반드시 **도시계획심의회(都市計画審議会)**의 의결을 거쳐야 하며, 계획 내용에는 건축물의 용도 및 배치, 광장과 도로의 연계, 환경정비 계획 등이 구체적으로 포함된다. 일본의 제도는 지구단위계획, 재개발계획, 기반시설 계획 등을 하나의 문서 안에 통합적으로 포함하여, 이후 인허가 과정이 단일화되고 중복되지 않도록 조정한다.

이처럼 일본은 도시계획특별지구를 하나의 도시설계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반면, 한국은 특별건축구역을 건축 중심의 특례 규정으로 활용하고 있어, 행정체계와 절차 운영 면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한국도 최근 들어 지구단위계획과 특별건축지침을 연계하거나, 도시재생 전략계획과 통합하는 시도가 진행 중이나, 아직은 제도적 정합성 확보가 미흡한 수준이다.

 

3. 실제 사례 비교: 서울 성수동과 도쿄 롯폰기 힐스

서울 성수동은 특별건축구역 제도를 활용하여 낙후된 공장지대였던 지역을 창의산업지구로 탈바꿈시킨 대표적인 사례이다. 용적률과 높이제한 등의 규제를 완화하고, 저층부 개방, 공공보행로 확보, 문화시설과 공유오피스를 결합한 공간을 조성함으로써 도시재생과 창업생태계 활성화에 동시에 기여했다. 이 과정에서 특별건축지침은 민간 리모델링 프로젝트에 큰 유연성을 제공하였고, 그 결과 다양한 소규모 복합문화공간들이 등장했다.

이에 대응되는 일본의 사례로는 도쿄 미나토구 롯폰기 힐스 프로젝트가 있다. 이 지역은 도시계획특별지구로 지정되어 고층 복합단지 개발이 가능하도록 용도지역을 통합적으로 조정하고, 공공공간과 상업·업무시설, 주거, 문화시설이 하나의 마스터플랜 하에 조성되었다. 이 사업은 민간 주도이지만, 공공의 이해관계가 충분히 반영되었으며, 사전 환경영향 평가와 공공디자인 심의가 수차례 이뤄졌다. 롯폰기 힐스는 일본 도시계획특별지구 제도의 실행력을 상징하는 사례로, 사업성·공공성·도시경관이라는 세 요소의 균형을 잘 구현해냈다.

비교해보면 서울 성수동은 소규모 필지 중심의 창의적 리모델링을 통해 공간의 다층성과 다양성을 확보한 반면, 롯폰기 힐스는 대규모 부지를 대상으로 한 종합계획에 의해 고밀·복합적 개발을 유도한 사례이다. 한국의 특별건축구역이 점적·산발적인 성격을 띠는 반면, 일본은 면적 중심의 통합개발이 가능하다는 제도적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4. 제도적 장점과 한계의 비교

한국의 특별건축구역 제도는 상대적으로 제도 도입이 간단하고 절차가 비교적 신속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특정 지역의 설계 자유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며, 민간 건축가나 지역 공동체가 주도하는 실험적 공간 기획에 유리하다. 하지만 도시계획과의 유기적 연계가 미흡하고, 광역 차원의 전략적 계획과의 정합성이 떨어지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또한, 지자체 간 운영 역량의 차이로 인해 제도의 실효성이 편차를 보이며, 특별건축지침 수립 수준도 상당히 상이하다.

반면, 일본의 도시계획특별지구는 도시 전반의 기능적·환경적 통합을 고려한 총체적 계획 체계가 강점이다. 지역 단위 도시설계, 기반시설 조정, 경관 관리까지 통합적으로 설계되어, 행정 중복과 불일치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복잡한 협의 절차와 긴 소요 기간은 개발의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며, 민간 주도의 소규모 실험에는 다소 경직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두 제도는 각자의 도시적 조건과 행정체계에 맞춰 설계되었으며, 개방성과 일관성, 민첩성과 정합성 간의 상충을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제도의 완성도를 좌우한다.

 

5. 시사점과 향후 제도 개선 방향

한국은 특별건축구역을 도시계획과 보다 깊이 연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도시관리계획, 지구단위계획, 도시재생전략계획 등과 특별건축지침 간의 연결고리를 명확히 설정하고, 심의 절차 역시 도시계획위원회와 건축위원회 간 통합적으로 운용하는 방식이 요구된다. 또한, 일본처럼 민관 거버넌스를 제도화하여 주민과 전문가, 공공기관이 함께 계획 수립에 참여하는 체계를 마련함으로써 실질적인 공공성 확보를 유도해야 한다.

또한, 광역 단위의 전략적 개발이 필요한 지역에 대해서는 일본식 도시계획특별지구의 요소를 일부 도입하여, 복합기능 조정, 기반시설 조성, 경관관리까지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확장형 특별건축구역 제도를 검토할 필요도 있다. 반대로, 일본도 한국의 유연한 규제완화 메커니즘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으며, 창의적 소규모 건축 활성화를 위한 특례 적용 방안을 더 다채롭게 모색할 수 있다.

결국, 두 제도 간 비교는 도시계획과 건축정책이 규범적 경직성과 창의적 실험성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 수 있는가에 대한 중요한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으며, 이는 향후 양국의 도시정책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