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특별건축구역과 복합용도개발(Mixed-use development)

archiclassone 2025. 6. 18. 09:00

1. 복합용도개발의 도시정책적 배경과 필요성

복합용도개발(Mixed-use Development)은 주거, 상업, 문화, 업무, 공공기능 등을 하나의 공간 또는 건축물 내에 통합 배치하여 공간의 효율성, 기능의 다양성, 도시활력을 동시에 도모하는 개발 방식이다. 기존의 단일 용도 중심 도시계획이 교통 혼잡, 토지이용 비효율, 도시 슬럼화 등의 부작용을 낳았다는 반성 속에서 등장한 개념이며, 특히 도시 내 유휴지, 구도심, 철도부지, 항만 등에서 창의적인 공간 재조성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의 도시정책 또한 2000년대 후반부터 복합용도개발을 적극 도입하기 시작했다. 특히 대도시권의 고밀도화, 1~2인 가구 중심의 인구 구조 변화, 보행권 생활권 중심의 스마트 도시 구축 등이 복합용도개발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국토계획법」, 「건축법」, 「주택법」 등 개별법령의 용도제한 및 행정절차 상의 충돌로 인해 계획의 유연성과 실행력이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한계를 해소하고 보다 자유로운 공간 구성과 도시설계를 실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특별건축구역이다.

특별건축구역과 복합용도개발(Mixed-use development)
특별건축구역과 복합용도개발(Mixed-use development)

 

2. 특별건축구역 제도의 개요와 복합용도개발의 연계 가능성

특별건축구역은 「건축법」 제60조에 따라 도입된 제도로, 일정 지역 내에서 건축기준을 조정하거나 완화할 수 있도록 하여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건축계획을 유도하는 장치다. 이 구역에서는 건폐율, 용적률, 건축물의 높이, 일조권 확보, 도로 사선 제한, 주차장 설치기준 등 법적 규제를 지역의 특성과 설계 목적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복합용도개발은 다양한 기능이 혼합되어야 하므로 일반적인 건축 규제 체계에서는 실현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예컨대, 단일 용도지역에서는 주거와 상업, 문화시설이 한 건물에 공존하는 것이 법적으로 제한되며, 주차장 산정 기준도 각 용도별로 따로 적용되어 과도한 면적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되면 이러한 규제를 통합 설계와 하나의 건축지침 아래에서 조정할 수 있어 복합개발의 가능성이 획기적으로 확대된다.

특히, 복합용도개발은 단지 건물의 기능적 혼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공성과 민간 수요의 균형, 생활권 중심의 보행 환경 개선, 에너지 효율성과 생태적 설계, 도시 맥락과의 조화 등을 종합적으로 구현해야 하므로, 기존 법령의 일률적 적용보다는 맞춤형 기준이 필요한 구조다. 이 점에서 특별건축구역은 복합용도개발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3. 실제 적용 사례: 성동구 성수동과 복합문화플랫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는 복합용도개발과 특별건축구역이 효과적으로 결합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성수동은 과거 공장지대에서 창의산업지구로 탈바꿈한 지역으로, 현재는 카페, 공유오피스, 전시공간, 소형호텔, 리테일숍 등이 혼재된 복합적 도시공간으로 재탄생하였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성수동 일부를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하고, 노후 공장 및 창고 건물의 리모델링에 있어 용도 혼합, 건축선 완화, 외부 공간 통합 설계 등을 허용하였다.

대표적 사례인 어반소스는 과거 물류창고를 리모델링하여 복층형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한 공간이다. 상층부는 공유오피스와 갤러리, 하층부는 카페, 공연장, 소규모 매장 등으로 구성되었으며, 구조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각 기능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특별건축지침을 통해 주차 기준을 공유 기반으로 조정하고, 외부마당을 공공문화 공간으로 개방함으로써 민간개발이면서도 공공성과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는 데 성공하였다.

또한, 부산의 북항 재개발 구역, 대구 수성구 도시재생지구 등에서도 특별건축구역을 활용한 복합용도개발 시도가 진행 중이며, 특히 각종 공공서비스(도서관, 주민센터, 커뮤니티 공간)와 민간 수익시설(오피스, 상가, 창업공간)을 통합 배치한 도시복합거점 개발 모델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 사례는 모두 특별건축구역이라는 제도적 유연성이 없었다면 현실화가 어려웠을 복합공간 설계로, 도시정책의 전환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4. 정책적 효과와 도시 구조 재편에의 기여

특별건축구역을 통한 복합용도개발은 도시공간을 단순히 기능적으로 배치하는 수준을 넘어, 도시의 구조 자체를 유연하게 재편하는 효과를 낳는다.

첫째, 기존의 단일 기능 중심 도시계획을 탈피하여 보행권 생활권, 자족형 복합지구, 스마트 생활거점 등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이는 교통 혼잡 완화, 환경적 지속가능성 확보, 도심 내 거주 인구의 증가 등 도시정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둘째, 주민 중심의 생활환경이 확보된다. 복합용도개발은 주거와 근린생활시설, 문화시설이 통합되어 있어 ‘걷는 도시’, ‘공유 도시’ 구현에 효과적이며, 이는 고령화와 저출산 시대에 맞는 복지형 도시 모델로도 기능한다. 특별건축구역의 심의 과정에서 주민 의견이 반영되고 공공디자인 기준이 강화될수록 복합시설의 지역 적합성도 높아진다.
셋째, 민간개발 유도 및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크다. 기능의 융복합은 경제적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며, 토지 이용 효율을 극대화한다. 특히 창업 지원공간, 로컬 브랜드 매장, 공동작업장 등이 통합된 형태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억제하면서도 자생적 지역경제 기반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

 

5. 제도적 개선 과제와 향후 방향

복합용도개발을 특별건축구역을 통해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복합용도에 대한 통합 인허가 체계의 구축이 요구된다. 현재는 주거, 업무, 문화, 상업 등 각각의 용도에 대해 개별 법률에 따라 인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이에 따라, 특별건축구역 지정 시 복합용도 통합 심의 절차를 마련하고, 계획 단계부터 용도 복합성과 기능 배치를 종합적으로 심사하는 일괄 인허가 시스템이 필요하다.
둘째, 심의 기준의 세분화와 표준화가 중요하다. 현재 특별건축구역은 각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지침을 수립하고 있어, 복합용도개발 관련 심의 기준의 통일성이 부족하다. 향후 국토교통부 차원에서 ‘복합용도개발형 특별건축지침 샘플’ 또는 ‘복합용도 개발 설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지역 특성에 맞게 적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셋째, 도시 전체 차원의 통합계획 수립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별건축구역을 통한 복합개발이 단편적 공간 조성에 그치지 않도록, 도시기본계획이나 도시재생 전략계획과 연동되어야 하며, 거점 간 기능 연계, 보행축 계획, 도시 미관 통합 설계 등 상위계획과의 정합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특별건축구역은 복합용도개발을 도시 현실에 맞게 실현할 수 있는 전략적 제도이며, 창의적 도시 공간 실험과 정책적 혁신의 접점으로서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미래 도시의 질서와 다양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새로운 도시계획 모델이 정립될 수 있을 것이다.